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만나 전기차 동맹을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9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22일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전기차 관련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또 다른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인 삼성SDI의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다른 그룹 총수와의 회동이자 배터리 공장 방문입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협력관계입니다. 현대차 전기차에는 주로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2022년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에도 LG화학이 공급사로 선정됐습니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생산 1위 업체임은 물론, 지난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1위(SNE리서치 조사 기준)에 올랐습니다.
양사는 어제(18일)는 전기차·배터리 분야 핵심기술 역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을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술 검증 후 전략투자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구 회장도 총수에 오른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그룹 역시 SK이노베이션에서 주로 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에 출시될 전용 플랫폼 전기차 물량을 대거 따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만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외부 행사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는 사이지만, 업무상 일대일로 만나거나 상대방 사업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공개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정 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는 국내 3사의 총수를 연쇄 회동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공급 확대 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 강한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수급이 부족한 형국입니다.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배터리 물량 부족에 따른 '배터리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기차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 3사와의 '얼라이언스'(동맹)를 강화해 배터리 선점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이 2만4천116대로 세계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전기차 생산·판매에 공격적입니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배터리 3사를 둘러본 후 한 곳을 골라 합작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배터리 3사를 국내에서 보유한 만큼 특정 회사와 손잡는 합작사보다는 3사와의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현대기아차와 삼성-LG-SK 등 4대 그룹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개발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습니다.
전기차 등 미래차는 '한국판 뉴딜'로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
해외에서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 부양책 일환으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면서 전기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