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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다이어트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주 권하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무릎은 괜찮으세요? 뛰면 도가니가 나간다고 하던데", "관절에 좋지 않은 운동을 왜 의사가 직접 하시나요?" 등의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심지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까지도 걱정 어린 타박을 준다. "너 아직도 뛰니? 나중에 관절염 와서 고생해. 조심해라!"
실제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 무릎 주변이 아픈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말들이 나올 법도 하다.
무릎 앞쪽 통증(대퇴슬부동통증후군), 무릎 외측 통증(장경대 마찰증후군), 무릎 내측 통증(거위발 건염), 오금 뒤 통증(햄스트링 근육 손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러한 무릎 주변의 통증은 그동안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아직 적응이 안돼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이 뛰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달리는 근육의 사용법과 근력 증가, 유연성 증가, 달리는 운동 방법을 순차적으로 터득하면 달리기와 연관된 통증을 해결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미로 달리는 수준의 달리기는 관절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선 달리기는 주로 같은 방향을 향하며 일관성과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급격한 방향 전환을 요하지 않는다.
관절에 끼치는 압력은 증가해도 비틀거나 꼬이는 압력과 비교해 다칠 위험성은 적다는 이야기다.
상위 엘리트 남자 운동선수(45세, 68세)의 퇴행성관절염 발생 빈도를 조사했던 미국 연구를 보면 비틀고 꼬이는 압력이 큰 축구 선수에서 29%, 하중의 작용이 큰 역도 선수 31%에서 관절염이 발생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장거리 엘리트 달리기 선수는 14% 정도로 적게 나타났으며, 이는 60세 이상 미국 성인 남자의 10% 유병율과 큰 차이가 없다.
걸을 때와 달리 지면을 박차는 달리기는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체중의 3배에서 많게는 9배까지 증가하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 관절염이 적게 발생하며 자연 노화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의 빈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을 무려 1000번 이상 완주한 사람들의 무릎은 어떨까? 고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1000회 이상 마라톤에 참가한 완주자 6명의 무릎을 일반 방사선사진과 MRI 촬영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6명 모두에게 일반 엑스레이 사진 상 관절염 변화를 찾기가 어려웠다.
정밀한 MRI 검사에서만 반월상 연골판과 연골에 조금의 변화는 있었으나(가운데 사진), 이는 심한 퇴행성 변화라고는 볼 수 없고(세 번째 사진) 나이가 들며 발생하는 자연적인 퇴행성 변화와 비슷한 변화였다. 물론 마라톤 참가 경험이 많은 베테랑 러너였다는 전제 조건은 있었다.
그렇다면 달리기로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을까? '그렇다'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아직까지 이에 관한 논문도 없고 전향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도 찾아보기 어렵다.
달리기로 관절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으나 그렇다고 관절이 더 악화된다는 보고도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부상만 조심한다면 오히려 근력이 강해지고 심폐 능력의 좋아지기 때문에 관절 건강에 장점이 많아 보인다.
취미생활 수준의 달리기는 무릎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물론 과체중이나 고령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빠른 걸음(러닝머신 기준 4~5km/hr, 최대 심박수의 50~60%)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 환자라면 의사와 상담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가 돌보는 환자들에게는 아프지 않은 범위 내에서 빠른 걸음으로 먼저 시작하게 하고, 괜찮다면 가벼운 조깅까지도 허용한다.
만약 통증이 심하게 발생하면 소염제 복용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수영이나 자전거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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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외래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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