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용지가 매각 입찰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단 한명의 응찰자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월 대한항공이 매각 결정을 내린 이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해당 용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와 삼성증권이 지난 10일 오후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아무도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송현동 용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아왔다. 일부 원매자들이 일찌감치 관심을 보여오면서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왔다. 실제 앞서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잠재 인수 후보도 15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입지 등을 고려할 때 송현동 용지의 투자 매력이 상당하나, 결국에는 개발 가능 여부가 핵심"이라며 "개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해당 용지를 매입해 공원화 한다고 하니 원매자들이 선뜻 응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연내 송현동 용지를 매각하려던 대한항공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서울시는 이 용지를 직접 인수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달 27일에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용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이달 초에는 송현동 용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이러한 계획안이 확정되면 타당성 조사와 투자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매입 절차가 진행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계약금 납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은 난감해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용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사유재산 매각을 사실상 서울시가 가로막은 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매각대금이 빨리 지급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에 대해 성토했다. 노조는 "서울시는 해당 용지를 공원화 하겠다고 발표하고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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