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요청에 채권단이 구체적인 조건을 내놓으라고 답하면서 재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양측이 재협상을 앞두고 입장 자료를 통한 공방을 주고받은 터라 실제 협상에서도 치열한 기 싸움이 예상됩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늘(10일) 자료를 내고 HDC현산에 재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부터 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산이 전날 자료를 내고 하루 반나절이 지난 시점에 나온 채권단의 공식 반응이었습니다.
전날 현산이 '장문'의 입장 자료를 낸다는 것을 채권단 실무진 선에서 예상하지 못했기에 대응이 다소 늦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제 현산이 낸 자료 길이나 내용을 봤을 때 채권단과의 교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물밑 접촉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현산이 응하지 않다가 서면으로 대답을 대신한 것에 불쾌한 기색도 채권단 내부에 흐릅니다.
채권단은 이날 자료에서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현산의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향후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이라며 '뼈있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전날 자료를 통해 재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선제압용' 장치들을 군데군데 배치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현산은 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상승 등 인수 체결(작년 12월 말) 당시와 현저히 달라진 현재 상황을 거론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사전 동의 없는 추가자금 차입 승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채권단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1조7천억원을 추가 지원한 터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채권단을 향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현산은 일단 재협상 제안을 채권단이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재협상 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이날 채권단이 '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현산은 꼭 서면으로만 협상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현산 관계자는 "협상을 구두로만 할 수는 없고 협상 과정의 근거를 남기기 위해 서면 작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라며 다른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채권단이 현산 측에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고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산은 "누가 먼저 뭘 제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재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함께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산은 채권단 측의 입장 문구를 하나하나 따지기보다 전날 현산이 제안한 재협상을 채권단이 수용해 재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문구 해석 등에 따른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양측이 재협상에 들어가면 인수 종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현산이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결국 현산이 2조5천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깎아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채권단의 고민거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수가를 낮추는 것은 특혜 논란을 부를 대목이라는 점에서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