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한국토요타] |
토요타 캠리를 탄 뒤 산도(신맛), 당도(단맛), 탄닌(떫은맛), 바디감(걸쭉함)이 잘 어우러진 와인이 떠올랐다.
캠리는 화끈하지도 달달하지도 않지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절한 산도·당도·탄닌·바디감을 지녀 입안에 오랫동안 머금고 싶은 와인 같다. 숙취도 없다. "이 정도면 됐지 뭐"라는 말로 위안하기도 하는 '무난함'과는 다르다.
캠리는 산도·당도·탄닌·바디감이 모두 최상급이고 폼 잡으며 마셔야 하는 프리미엄급 와인과 같은 프리미엄 차종은 아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물론 싸지도 않지만.
캠리를 내놓은 토요타는 '대중 명차' 브랜드다. 토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로 성공했다.
가성비로 존재감을 알린 토요타는 '2단 추진 로켓'처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그 결과 렉서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레스티지(Prestige)급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지만 대중적인 자동차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매스티지는 대중을 뜻하는 'mass'와 명품을 의미하는 'prestige product'를 합한 용어다. 명품에 버금가는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는 '대중 명품'이다.
대중 명차 브랜드 토요타의 대표 차종은 캠리다. 캠리는 토요타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차명은 옛 일본의 전통 관모(冠帽)이자 왕관을 뜻하기도 하는 '칸무리(冠)'의 영어식 표현이다. 토요타는 고급세단인 크라운부터 차명에 '왕관'을 선호했다. 코로나와 코롤라는 라틴어로 각각 왕관과 작은 왕관이라는 뜻이다.
왕관 차명을 가진 토요타 차종 중 가장 이름값을 한 차는 캠리다. 캠리는 1979년 후륜 구동 스포츠형 승용차 셀리카에서 파생된 셀리카 캠리가 원조다.
셀리카 캠리는 2년 만에 단종됐고 1982년 도요타 최초로 가로형 엔진을 탑재한 전륜 구동 캠리가 출시됐다. 셀리카 이름을 버린 전륜 구동 캠리를 1세대로 여긴다.
캠리는 미국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실용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3년에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의 기준인 '1000만대'를 미국 시장에서 달성했다.
현재도 매년 글로벌 시장에서 70만대씩 팔리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70만9800여대다.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카 명가로 자리잡은 토요타는 캠리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하이브리드카는 조용한데다 기름 값까지 아껴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가솔린·디젤차보다) 재미없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토요타는 이에 '달리는 재미'를 강화한 8세대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또 대중성을 위해 선택했던 무난하고 평범한 디자인을 역동적으로 다듬었다.
↑ [사진 제공 = 한국토요타] |
전장×전폭×전고는 4880×1840×1445mm로 기존 캠리보다 30mm 길어지고, 20mm 넓어지고, 25mm 낮아졌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25mm로 기존보다 50mm 길어졌다. 저중심 TNGA 플랫폼을 채용해 파워 컨트롤 유닛, 시트,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낮게 설계한 효과다
앞모습은 먹이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돌진하는 상어를 연상하게 만든다. 먹이를 쏘아보는 것처럼 날카로운 헤드램프에는 야간주행 때 존재감을 알려주고 시인성도 우수한 바이-빔 LED 시스템을 적용했다.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는 '라인 발광'과 '점각 발광'이라는 두 종류의 다른 LED 발광 방식을 중첩시켜 깊이감과 고급감을 높였다.
다이내믹한 디자인의 18인치 휠과 타이어가 바깥쪽으로 돌출돼 역동적으로 보이도록 스포티하게 다듬은 휠 아치로 측면 존재감도 강화했다.
실내는 한눈에 보기에도 차이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 바뀌었다. 기모노 옷깃을 닮은 비대칭 '와이(Y) 센터페시아'를 적용해 좌우 대칭 구도를 이룬 다른 차들과 차별화했다. 독립된 운전석은 운전 집중도를 높여준다.
7인치 와이드 컬러 TFT 다중정보 디스플레이와 8인치 와이드 터치 디스플레이는 시각적 만족도와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기어 레버 앞에는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센터 콘솔 박스도 커졌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성인 2명과 아이 1명은 물론 성인 3명도 앉을 수 있다. 등받이 측면부에는 부드러운 쿠션을 적용했다.
↑ [사진 제공 = 한국토요타] |
시트에 앉으면 엉덩이가 닿는 착좌면 부분은 부드러운데 다른 부분은 단단하다. 푹신하면서 몸을 잘 지탱해줘 운전 피로를 덜어준다.
운전 시야는 넓다. 드라이빙 포지션은 낮아졌지만 보닛이 더 낮아진 데다 대시보드 높이도 낮아지고 좌우 도어 윈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와이퍼 블레이드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설계한 덕도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말, 스포츠 3가지다. 에코 모드에서는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면서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이 더디게 이뤄져 다시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동력을 빨리 끌어내 연비 효율을 높여준다.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노말 모드로 국도를 달릴 때는 바람소리가 일부 파고들고 도로 상태에 따라 소음이 다소 크게 들릴 때도 있다. 콤팩트해진 스티어링휠은 조작을 민첩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승차감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고급 세단에 사용하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뒷바퀴 축에 새롭게 적용한 효과다. 물론 렉서스 수준만큼은 아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돌변한다. 스티어링휠은 무거워지고 페달은 민감해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중저음의 엔진음을 내뱉으면서 스포츠세단에 버금가는 질주 성능을 발휘한다.
대신 속도를 높일 때도 경박하지 않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코너를 돌 때도 공기역학 및 저중심 설계로 좌우 흔들림을 잘 억제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가속이 시원하고 경쾌하다.
정숙성은 토요카가 만든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 ES300h보다는 한 수 아래다. 그러나 산들 바람, 시냇물 소리, 심장 박동 소리, 카페에서 사람들이 나지막하게 나누는 대화 등 '백색 소음'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적절한 수준의 소음·진동은 불편하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 [사진 제공 = 한국토요타] |
애프터서비스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6월말까지 차량 보증
*맛 ★★★☆ / 분위기 ★★★★ / 서비스 ★★★☆ / 가격 ★★★☆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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