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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매력적이고 건강에 이로운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좀처럼 실천에 옮겨지지가 않았다.
나이 들어 잘못 뛰면 다치지는 않을까? 신발부터 다시 구매해야 되는 건 아닐까? 처음부터 제대로 뛰지 않으면 평생 이상한 습관이 들지 않을까? 어디서 뛰어야 할까? 하루 중 언제 뛰는 게 좋을까? 러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고민들이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사람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러닝을 시작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실행을 가로막는 여러 의문에 답하다 보면 점점 운동은 저 멀리 강 건너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먼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씩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몸이 달릴 수 있는 신체가 되도록 조금씩 변화를 주고 기다려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관절의 유연성, 근육의 힘, 심장의 기능, 폐활량 등등 그동안 달리지도 않고 사용하지 않아서 녹슬고 약해진 전신을 조금씩 달리기에 최적화한 몸으로 변화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 빠른 걸음부터 시작하기
당장 뛰기가 부담스럽다면 빠른 걸음부터 시작해도 좋다.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달리거나 걸어야 운동 효과가 나타나지만, 처음부터 그러기가 어렵다면 가능한 만큼만 움직임을 유지하고 조금씩 늘려 가면 된다.
대신 운동 횟수는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은 지킨다. 주 1회는 체험이고, 주 2회는 유지이며, 주 3회가 되어야 운동 능력 향상을 가져온다. 운동 강도는 옆 사람과 대화할 정도의 호흡과 맥박수면 적당하다. 최대 심박수의 50~60% 정도다.
처음부터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5km 사이에서 시작하고 능력과 개인차에 따라 주 10% 비율로 늘려 가는 것이 좋다.
◆ 뛰는 자세와 방법
보폭을 너무 크게 하고 성큼성큼 뛰는 것보다 보폭을 줄이고 잦은 발로 횟수를 빠르게 올리는 것이 좋다.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숨은 코와 입을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공기를 흡입하려고 노력한다.
허리는 활처럼 휘기보다는 복근과 등근육의 5대 5 균형을 유지하면서 곧게 펴는 것을 권장한다. 양손은 병아리를 쥐듯이 살며시 잡아주고 팔꿈치 각도는 90도 정도로 유지하며, 턱부터 엉덩이 부근까지 전후로 흔든다.
처음부터 착지를 어디로 해야 할지, 어디서 추진력을 얻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전신의 모든 부분을 이용하여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폼부터 시작하려는 조급증은 버리는 것이 좋다.
먼저 러닝에 재미와 습관을 갖는 데 주력하고 나중에 천천히 조금씩 다듬는 것을 권한다.
◆ 적합한 운동화 찾기
당장 새 러닝화를 사러 가지 말고 기존 운동화를 사용해보길 권장한다. 처음부터 많은 거리를 달리거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신발의 중창이 닳아 쿠션이 꺼져 있거나 한쪽이 심하게 마모되어 있는 경우는 바꿔 주어야 한다.
물론 운동할 기분이 업되는 멋진 신발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 신발을 구매할 때는 가급적이면 가볍고 쿠션이 많은 것을 권하며 너무 고가의 신발은 나중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러닝화의 평균 수명 300~600km)
심한 평발이거나 앞쪽 발볼이 넓을 경우에는 전문적인 숍, 코치, 달리는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고 시작하자.
◆적절한 장소와 시간
어디든 좋다. 삶의 패턴에 따라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을 내서 어디든 달리자.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심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의 경우 너무 이른 새벽은 아무래도 피하는 게 좋다.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따뜻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추운 곳으로 나가면 혈관이 수축된다. 그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면 협심증, 뇌혈관질환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강변도 좋고, 러닝머신도 좋고, 도로변도 좋다. 처음에는 달리기와 친해지는 시기이므로 자주 접하고 반복하기 바란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나서 프로 엘리트 선수처럼 달리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완벽하게 시작하려다 보면 달리는 데 자꾸 망설여지고, 기회가 멀어지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달리면서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힌 후 보완해나가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달리기는 세상의 모든 중력과 관성에 대한 자유로움이다. 이러한 압박감을 느끼기 전에 자유로운 러닝의 맛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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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남정형외과] |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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