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제공 = 에스아이빌리지] |
예상을 뛰어넘은 흥행에 미리 준비해 둔 서버 증설도 소용이 없었다. 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에스아이빌리지의 하루 평균 접속자수가 20만명 수준인데 전날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15만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지난 3일 통틀어선 123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매 대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코로나19사태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 억눌려 있던 명품 쇼핑에 대한 심리는 어느 정도 예견이 돼 왔다. 샤넬 제품 가격 인상 전 이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오픈런(OPEN RUN : 백화점 앞에서 개장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뜻함) 하는 진풍경을 본 게 불과 2주 전이다.
![]() |
↑ 지난 13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에 위치한 샤넬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
이미 6개월간 묵혀둔 재고 면세품인데다 판매기한까지 정해진 상품 (아니, 명품)이었다. "거의 마진 없이 파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까지 말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이번 '특별 이벤트'로 얻은 것은 정말 없을까.
유·무형의 이득이 분명 있다. 우선 코로나 시국 속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몰에서 재고 면세품 판매에 나서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던 무형의 이익부터 생각해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수백, 수천명의 고객들이 명품을 사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직원들을 총동원해 줄을 세운다 해도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을 잠재우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 |
↑ [사진 제공 = 에스아이빌리지] |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재고 면세품 판매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고객의 편의성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위험을 고려한 것"이라며 "특히 에스아이빌리지가 '럭셔리'에 최적화된 온라인 플랫폼이어서 판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 사태 속 명품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강해지자 에스아이빌리지 내 명품 브랜드 강화에 나서왔다.
에스아이빌리지는 올해 1분기에만 총 5개의 명품 브랜드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필립플레인'과 '사카이'를 비롯해 에르메스 뷰티와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주세페 자노티', 가죽제품 브랜드' 폰타나 밀라노 1915' 등이다.
현재 총 30여개 명품 브랜드를 판매 중인 에스아이빌리지는 병행 수입 상품이 아닌 정식 판권을 바탕으로 수입한 정품만 판매하고 있다. 에스아이빌리지를 믿을 수 있는 명품을 판매하는 럭셔리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략은 이번 명품의 재고 면세품 판매를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 |
눈에 바로 보이는 이익도 물론 있다. 재고 면세품 판매로 올린 매출과 당장 늘어난 신규 회원 가입자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에스아이빌리지는 전날 올린 매출 중 약 80%를 재고 면세품 판매에서 거뒀다. 이미 3일 기준으로 품절율이 93%에 이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정확한 매출 액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재고 면세품 판매 등에 힘입어 지난 3일 하루 매출은 일평균 대비 10배 증가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재고 면세품을 사기 위해 새롭게 에스아이빌리지 회원으로 가입한 숫자도 크게 늘었다. 이미 판매 시작 전인 지난 1~2일 이틀간 에스아이빌리지의 신규 가입자수는 전주 동기 대비 10배 증가했다. 행사 당일에는 전주 대비 30배의 고객들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을 했다. 쇼핑을 위해 모바일 앱을 설치한 고객의 수도 전주 대비 60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가 됐다.
![]() |
↑ [사진 제공 = 에스아이빌리지] |
뿐만 아니라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패션업계의 온라인몰 전쟁에서 재고 면세품 판매로 새롭게 유입된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락인(ROCK-IN)시키는 전략 역시 빼놓치 않았다. 재고 면세품 전품목을 대상으로 구매한 금액의 5%를 e포인트로 돌려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생 로랑의 'BECKY 퀼팅 체인 숄더백'을 160만5000원에 샀다면 e포인트로 8만250원을 적립할 수 있다. 이렇게 적립한 e포인트는 나중에 에스아이빌리지에서 다른 상품 구매시 또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을 업계에선 처음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발빠르게 판매하면서 주목을 확실히 받았다"며 "실제 소비자들에게도 명품 온라인몰로 에스아이빌리지를 각인시켜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