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잇따라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은 이미 상업화됐거나 개발 과정에 있던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이다. 이미 출시됐거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 중이라면 안전성이 입증된 것으로 간주돼 유효성만 입증하면 되기 때문에 빠르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특례 수입을 요청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힌 렘데시비르 역시 당초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되는 중이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일양약품이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라도티닙)이 러시아에서 임상 3상을 승인받아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일양약품의 파트너사인 러시아 1위 제약사 알팜은 현지 정부로부터 코로나19를 대상으로 한 슈펙트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11개 기관에서 145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2주동안 슈펙트를 투여한 뒤 치료 효과 유의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일양약품이 슈펙트 제품을 제공하면 현지 임상 비용은 알팜이 부담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역에서의 권리를 갖는다. 이외 지역의 권리는 일양약품에 돌아간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임상 중에서는 부광약품의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클레부딘)과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레보비르는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복제를 억제하는 핵산 유사체다.
중화항체 분야에서는 셀트리온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할 것으로 추정되는 항체(면역세포)를 선별한 뒤 세포주 개발과 동물시험을 동시에 하고 있다. 보통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대량생산을 위한 세포주 개발과 동물실험을 순차적으로 하지만,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중화항체 개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족제비의 일종인 페럿(Ferret)을 대상으로 한 동물효능시험에서 고농도로 중화항체를 투여한 페럿군이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바이러스 역가가 100분의1로 감소했고, 저농도와 고농도의 중화항체를 투여한 군의 폐조직 병변이 현저히 개선되는 등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잡은 항체를 비롯한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서 만드는 혈장치료제 분야에서는 혈액제제 명가 GC녹십자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혈장치료제는 이미 국내 의료진이 고령의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해 완치시키고, 이 사례를 논문으로 냈다. 다만 혈장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완치자의 혈액을 꾸준히 공급받아야 하기에 현재로서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백신 분야에서는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돋보인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으로부터 백신 분야 중점 지원 후보군으로 선정됐다. 제넥신은 바이넥스, 국제백신연구소, 제넨바이오, 카이스트, 포스텍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후보물질 GX-1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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