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제공 = 벤츠] |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준중형 이상이어야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정설처럼 여겨졌다.
베블런 효과는 명품처럼 가격이 비싼 물건을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흔쾌히 구입하거나,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입차 브랜드들도 베블런 효과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가격이 비싼 큰 차일수록 수익성도 좋다. 이윤이 모두 차 가격의 1%라고 감안할 때 1000만원짜리 소형차를 팔 때보다 5000만원짜리 중형차를 팔면 이윤이 5배 많아진다.
5대 팔기 위해 고생할 필요없이 1대만 팔면 돼 수고를 덜 수 있고 판매 마케팅이나 고객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크고 비싼 차만 팔면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작은 차부터 큰 차까지 모두 갖춰야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또 갤럭시나 아이폰 등 스마트폰 구매자가 다음번에도 같은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경향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도 한번 구입하면 문제가 크지 않는 한 같은 브랜드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중적인 차종이 많아지면서 베블런 효과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영역도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 영역을 대중 브랜드가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반대로 프리미엄 브랜드도 대중 브랜드 영역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저렴해 대중적인 모델에 해당하는 막내인 생애 첫차급부터 끌어들여야 한다.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 1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에 엔트리급 모델인 A클래스를 국내 선보였다. 이번엔 해치백이 아니라 세단이다.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국내에서는 폭스바겐 골프를 제외하고는 해치백들이 별반 재미를 보지 못했다. 벤츠가 지난 1997년 첫 선을 보인 막내 A클래스도 마찬가지다.
벤츠는 이에 해치백보다 세단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을 고려해 지난 2018년 선보인 4세대 더뉴 A클래스를 세단으로 탈바꿈시켰다. A클래스 역사상 처음으로 트렁크가 튀어나온 3박스 구조다.
![]() |
↑ [사진 제공 = 벤츠] |
더뉴 A클래스 세단은 기존 해치백보다 전장이 130mm 길어졌다. 트렁크 용량도 450ℓ로 해치백 대비 35ℓ 늘었다.
앞모습은 간결하면서 공격적이다. 사다리꼴 두 개가 위아래로 연결된 슬림한 육각형 그릴의 중간을 굵은 가로 바로 잇고 중간에 커다란 삼각별을 놓았다. 임팩트의 강약을 조절해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LED 헤드램프는 공격성을 드러내기 위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일반적 형태와 달리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날렵해지는 역발상을 추구했다. 부메랑을 닮은 주간주행등으로 쏘아보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릴 중앙 '삼각별'로 시선집중이 이뤄진다.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와 달리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형태다. 뒷모습을 당차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옆모습의 경우 낮고 긴 보닛, 숄더라인 아래에서 차체 앞쪽부터 뒤쪽까지 가로로 길게 이어진 선명한 캐릭터 라인으로 역동성과 볼륨감을 강조한다.
![]() |
↑ [사진 제공 = 벤츠] |
안전·편의 사양은 형님인 C·E클래스에 버금간다. 지난해 9월 더뉴 GLE를 통해 국내 소개된 벤츠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는 온도 및 조명 조절, 음악 재생, 전화 걸기, 문자 전송 등을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능형 음성 컨트롤 기능을 갖췄다. "안녕 벤츠"라고 말하면 작동한다.
분위기를 살려주는 감성에도 공을 들였다. 중앙에 자리잡은 항공기 터빈 모양 송풍구 3개는 화려하면서 스포티한 매력을 지녔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4가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송풍구 컬러와 대시보드에 상하 두 줄로 자리잡은 램프의 컬러가 달라진다. '무드 램프'로 여겨지는 앰비언트 라이트다.
사각지대 어시스트, 평행·직각 주차를 자동 지원하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위급상황에서 제동을 돕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를 기본 탑재했다.
커넥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통합 패키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키레스 고(keyless-go) 등을 장착할 수 있다.
![]() |
↑ [사진 제공 = 벤츠] |
스티어링휠(핸들)은 C·E클래스처럼 촉감이 우수하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고급스럽다. 시동을 걸면 엔진음이 다소 크게 들린다. 기어 변속은 스티어링휠 뒤에 달려있는 방향지시등과 비슷한 모양의 스틱으로 조작한다. 손대신 손가락으로 가볍게 조작할 수 있다.
센터콘솔에 자리잡은 다이내믹 셀렉트를 사용해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한다. 에코나 컴포트 모드에서는 비교적 조용하고 안락하다. 작다고 통통 튀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면서 페달 반응이 날카로워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강하게 치고 나간다. 달리는 맛은 C클래스보다 낫다. 작은 체구에 강심장을 얹어 파워가 더 크게 여겨진다. 코너링 구간이나 다른 차를 제칠 때는 경쾌하면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벤츠는 작아도 벤츠다. A클래스 세단은 A클래스 해치백의 '날쌘돌이' 감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더 날렵하면서 넉넉해졌다. 크기는 A클래스이지만 성능은 C클래스급, 감성은 E클래스급이다.
'이(E)'만큼 좋아진 A클래스에 만족한 소비자는 C·E클래스에 자연
맛 ★★★☆ / 분위기 ★★★★ / 서비스 ★★★ / 가격 ★★☆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