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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을 대비해 법적으로 1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반토막이 나버린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경영사정이 악화한 영향을 감안해도 평상시 기금의 취지와 관련없는 곳에 돈을 펑펑 쓴 게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26일 매일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20년 제4차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정부는 5월 이후 고용유지지원금 예상소요액을 7211억원으로 추정했다.
4월까지 751억원이 집행됐는데 이후 10배 가까운 액수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예산(5003억원)으로는 부족해 적립금으로 남기려던 2959억원을 미리 당겨 쓰기로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주가 지급한 휴업수당의 67~99%를 지급하는 것으로, 고용보험 가입 사업주가 받는 보험금의 일종이다.
고용부는 "이미 1·2차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4653억원을 증액했으나 특별고용지원업종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 신설 및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수요가 지속되면서 추가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예산 증액으로 특별고용지원업종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에 12만명, 고용유지 지원금 재정지원 확대 7만8000명 등 총 19만8000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의 적립배율은 0.6에 그칠 전망이다. 적립배율은 해당연도 지출액 대비 준비금(여유자금)의 비율이다. 즉 쓸돈과 저금할 돈의 비율인데 법적으로 1을 넘기도록 운영해야 한다. 2018년까진 1.1을 유지했지만 작년 0.8로 떨어지더니 올해 1차 추경으로 0.6까지 하락했다. 이번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0.5를 밑돌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출이 많아서 적립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고 전했다. 이 계정은 구직급여 수입·지출을 관리하는 실업급여 계정과 함께 고용보험기금을 구성하는 양대축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여유자금이 줄어드는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예상한 올해 여유자금 운용액 규모는 2조4960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 기금운용을 변경하면서 1조8584억원으로 줄었다. 이번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거치면 1조5625억원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비상상황을 대비한 여유자금이 반년새 1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고용보험기금 성격상 호황기는 기금을 축적하고 불황기는 소진하는 싸이클을 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도 하락폭이 너무 가파르다.
이렇게 된 건 코로나발 위기로 고용유지지원금이 급증한 탓이지만 평시에 기금 성격과 다른 지출에 기금을 낭비한 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26일 고용부가 발표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방안 국무회의 보고'에 따르면 작년 한해 고용보험기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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