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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지난 3월 팬데믹 사태로 현대차그룹 주력사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자 943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그룹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두 달만에 17% 이상 수익률을 달성하며 168억원 안팎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23~27일까지 ▲현대자동차 58만 1333주 ▲현대모비스 30만 3759주를 닷새에 걸쳐 순차적으로 매입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 보유지분을 1.81%에서 2.02%로, 현대모비스 지분은 0%에서 0.32%로 끌어올렸다. 당시 지분 매입을 두고 시장은 정 수석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가 방어를 위해 대규모 매입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항공·여행주와 더불어 현대차 주력사 주가가 함께 오르면서 정 수석부회장은 165억원 안팎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올해 초 한 주 당 24만원대였던 주가가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급락하기 시작해 3월 중순께 1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3월 전체를 통틀어 주가가 두 번째로 낮았던 23일(종가 13만 3500원)에 7만 2552주를 대거 매입했다. 이후 네 차례 추가 매입을 통해 30만 3759주를 확보했다.
이런 방식으로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주식도 58만 1333주를 매입했다. 매입 시점 종가를 기준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2개사 주식 매입에 들인 총 투자액은 943억7000만원에 이른다.
5월 22일 종가 기준, 2개사 주가는 정 수석부회장의 주식 매입시점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매일경제가 각 매입 시점별 투자액을 합산해 5월 22일 종가와 비교한 결과 현대차에서 89억원 이상(수익률 18.4%) 평가차익이 발생했다.
현대모비스 지분 역시 이와 유사한 16.5%의 수익률을 달성하며 79억원 이상 평가차익을 얻었다. 두 달만에 2개사에서 평균 17% 이상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당시 지분 매입 시점을 보면 정 수석부회장이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고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포한 후 중순 이후부터 벤츠, BMW를 비롯해 도요타, 현대차 등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의 북미·유럽·아시아 공장이 속속 셧다운되는 흐름이었다.
글로벌 생산라인이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에서 현대차 주가의 경우 3월 19일 그룹 주가 역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날 코스피 역시 금융위기 이후 하루 막폭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8.39%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오른 뒤 이날 최악의 주가 폭락 사태를 경험한 뒤 그룹 주력사 지분 매입전략을 세우고 다음주 월요일인 3월 23일부터 5일 연속 943억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두 달 전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펀더멘털이 취약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감행한 대규모 지분 매입이 일단 책임 경영 의지와 고수익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재철 기자]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주식매입 일지>
■3월 23일
현대차(13만9000주), 현대모비스(7만2552주)
■3월 24일
현대차(6만5464주), 현대모비스(3만3826주)
■3월 25일
현대
■3월 26일
현대차(5만7464주), 현대모비스(2만9770주)
■3월 27일
현대차(3만3888주), 현대모비스(1만7050주)
■정 수석부회장 평가차익(5월 22일 종가 기준)
현대차=89억2935만8000원(18.4%)
현대모비스=79억2792만7500원(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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