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은 돌이키기 어렵다(irreversible). 반면 통화정책은 다시 바꾸기 쉽다. 감세도 마찬가지다."
조동철 전 금융통화위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앞으로는 재정지출 확대보다 감세와 적극적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직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이르지 않은 만큼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더 강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4월 임기를 마친 조동철 KDI 국제대학원 교수(전 금융통화위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지나갈 때를 대비해 감세와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금통위원 재직 당시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 제공 = 한국은행] |
정부 당국이 재정정책을 통해 이미 충분히 돈을 풀었다는 점도 통화정책의 추가적인 역할을 주문한 이유다. 조 교수는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가 지나간 뒤 재정건전성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조 교수는 오히려 감세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예를 들어 6개월 간 세금공휴일(tax holiday)을 실행하면 재정지출 확대와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세금을 걷는 방식으로 세수를 메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출을 계속 확대하면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지를 두고 정치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데다, 감세를 선택하면 지출의 효율성을 두고 생기는 소모적인 논쟁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두고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 교수는 "90년대 일본의 경우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등 경제에 부담이 컸다"며 "아직 한국은 기준금리가 실효하한까지 내려가지 않은 만큼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리고 돈을 풀어낸 것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조 교수는 금통위원 재직 당시 금리 인하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 위원이었다. 금통위원 임기를 마치며 남긴 이임사에서도 "발권력은 절대 남용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작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해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바 있다.
↑ 이주열 총재 |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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