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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일반인들에게 '스타트업'은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격식을 차리지 않은 업무환경과 얽매이지 않은 '조직문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대표들을 만나면 "일에 내 삶을 갈아 넣었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갈아 넣었다"는 다소 섬뜩한 표현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현실과 치열함, 팍팍함이 묻어 있다.
지난 15일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마켓컬리 사무실 2층. 팔팔 끓는 부대찌개, 조리한 차돌박이, 간편식 떡볶이, 살아 있는 전복으로 만든 전복죽, 조각조각 잘려진 수박이 김슬아 대표의 앞에 쉼없이 놓여졌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창업자인 37살 김슬아는 이곳에서 5년째 그녀의 삶을 갈아 넣고 있었다.
이날은 마켓컬리의 '상품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매주 금요일은 김슬아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다. 하루 종일 이곳에서 마켓컬리에 입점하는 업체들의 음식을 직접 맛본다. 마켓컬리를 창업하고 5년 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금요일에는 시식을 한다고 했다. 그녀에게 '시식'은 '종교'와도 같은 경건함과 삶을 갈아 넣는 '헌신'의 순간이다.
-오늘 맛본 식품들은
▶매주 300개 이상의 제품이 '상품위원회'에 올라 온다. 맛, 포장, 가격 등 여러가지를 꼼꼼히 따진다.어떤 날은 많이 탈락하는 날이 있다. 보통 MD(상품기획자)가 가져온 제품의 절반 정도가 1차에 통과한다. 오늘은 60%가 통과했다.
-상품위가 어떻게 평가하나
▶상품위는 대표를 포함해 영업, 상품전략팀, 마케팅팀, 구매팀 등으로 구성된다. 결정은 만장일치로 내린다. 누군가 반대하면 마켓컬리에서 들어 올 수 없다. 탈락한 제품은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20대 혼자사는 여성, 50대 남성, 애기있는 주부, 각 지역의 입맛 등 다양한 소비층을 고려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인지, 맛이 고객에게 어필할 만 한지 등은 미리 평가한다. 상품위에서는 고객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팔지를 논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맛, 가격부터 양, 라벨링까지 평가한다.
-소비자 반응도 중요한데
▶외부소비자도 처음에는 상품위원회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상품위원회는 프로모션, 업체관리, 물류, 포장, 가격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일반 소비자들의 의견은 MD가 물건을 가져올 때 이미 사전시장조사에 반영돼 있어야 한다. 반면 상품위는 '상품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예를 들면, 어떤 제품은 맛은 좋은데 5200원 이상에는 안팔리더라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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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완도산 양식 전복이다. 전복은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던 상품이었다. 전복 수요가 늘면서 초창기부터 같이 해온 전복 업체에 이어 추가물량을 받기 위해 업체 하나를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컬리의 핵심 경쟁력은
▶전복을 예를 들어보자. 마켓컬리는 소비자가 전복을 받을 때 까지 전복이 살아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산지를 떠난 전복은 콜드체인(냉장물류)으로 이동해도 생존기간이 약 24시간에 불과하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절한다. 소비자들은 살아 있지 않은 전복을 받으면 실망한다. 살아있는 전복과 같은 여름철 해산물은 마켓컬리의 핵심 경쟁력을 보여 줄수 있는 상품이다. 다른 업체들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들다. 올 여름에는 복날을 앞두고 대형 전복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수요예측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후 4시에 고객의 주문을 받아 전복 산지에 주문을 해 이동하면 다음 날 배송이 힘들다. 생산지에서 고객의 식탁 위까지 18시간 내에 물건을 배송하려며 미리 주문을 해 마켓컬리의 물류센터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이러한 수요 예측 능력이 마켓컬리의 노하우다.
-제품을 고르는 '큐레이팅' 능력도 뛰어나다는데
▶마켓컬리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를 고객에 심어주려 한다. 단순히 제품을 중개하는 오픈마켓과 달리 마켓컬리는 매입해 온 제품을 다 팔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있는 상품만 매입하고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를 종교적으로 읽는다.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많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가 새 상품 출시에 반영돼 점점 더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 VOC를 종교적으로 읽는다는 뜻은
▶매출보다 품질이 더 중요하다. 또한 폐기되는 상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 지도 중요하다. 품질 관리를 위해서 VOC는 아침 저녁으로 읽는다. 거의 종교적인 수준이다. 불만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오는 것들을 다 읽는다. 마켓컬리는 음식장사다. 트랜드 변화에 따라 바뀌는 고객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코로나19가 소비문화를 바꾸고 있다. 컬리에겐 어떤 의미인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해진 특별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예전처럼 아무 곳에서나 언제나 물건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신뢰다.식품 주문이 급등했지만 컬리는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았다. 받은 주문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꼭 보내드리려 했다. 식료품만큼은 보지 않고도 믿고 살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 중 하나가 마켓컬리였다고 생각한다. 채소 중 10개중 7개는 매출이 10배 늘었다. 특히 파가 코로나 효과가 컷다. 대파가 한국 식탁에서 빠질수 없는데 품질관리가 예상보다 어렵다. 파는 절단 되면 바로 무르기 시작한다. 대파, 깐마늘, 애호박, 고구마 매출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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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기회라고 말하기 힘들다. 단기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안좋아 질 수 있다. 직원들이 마스크 쓰고 일하고 열을 체크해야 하고 기업에는 부담이다. 또 물건을 공급하는 파트너사나 임직원이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다. (신천지 사태가 터졌을 때) 대구 근처 공급사 직원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악몽'을 꾼 적도 있다. 정직원이 400명, 파트타임 직원까지 2000여명에 달한다.
-고객 만족도는 어떤가
▶재구매율이 61%다. 업계 평균인 28.4%와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산 분들이 자주 산다. 매일 사는 분들도 있다. 그 분들이 컬리 브랜드를 신뢰하니까 예전에는 음식만 사다가 화장품 런칭하니 화장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식음료 외에 상품취급이 늘고 있다
▶고객분들이 다양한 소비를 즐기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생활용품에 대해 질이 좋은지를 묻는 것에 답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치약은 우리가 공부를 해서 고객이 믿고 쓸 수 있는 걸 골라서 팔았다. 식품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했다. 마켓컬리가 좋은 상품을 매입하자는 걸 보증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다. 음식을 넘어 좋은 상품을 골라주는 비즈니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질은 따지되 취향의 영역은 건드리지 않을 생각이다. 대표적인 것이 패션이다. 아무리 추천해도 검정색이 취향인 고객에게 다른 색 옷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업손실은 여전히 큰데
▶유통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입하지 않고 오픈 마켓처럼 중개만 했다면 영업손실이 없고 처음부터 이익이 났을 것이다. 팔리는 것에 수수료를 붙이면 영업손실 날 이유가 없다. 그런 회사는 이미 많았다. 하지만 오래 경험하면서 소비자가 기쁘지 않았다. 소비자가 여러 제품을 직접 연구해서 구입해야 했다. 이에 진짜 좋다면 매입해 품질 좋게 보낼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쳐까지 마련하자고 해서 지금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해 온 인프라는 임계점을 지나면 효율이 나오면서 비용이 떨어진다. 지금 컬리는 일부 임계점을 지났다고 본다. 수치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빠르게 영업손실이 줄면서 내년쯤에는 영업이익이 나는 '골든 크로스' 시점에 다다를 것 같다.
-올해 예상 실적은
▶지난해 매출이 4289억원에 영업손실 986억원이었다. 올해는 빠르게 성장할 것 같고 영업손실률 줄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난 9000억원대를 예상한다. 매년 배 이상 성장하고 싶다.
-매각 이슈가 있었다
▶소문이다. 영원히 매각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매각이나 IPO(기업공개)가 목표인 사람은 없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한국 대표로 오래가는 유통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오너십 구조가 뭔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려면 장기적으로 성과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회사의 구조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파트너라면 가능하다.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있나
▶해외 기업을 열심히 본다. 매주 상품위 때문에 길게 나가지는 못하지만, 2박 3일동안 다녀온 미국 출장에서 홀푸드가 지역 단위로 SCM을 구축하는 것을 봤다. 영국 웨이트로스가 만든 PB(자체브랜드)가 전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본다. 일본은 패키징, 마케팅, 프로모션을 굉장히 잘한다.
-컬리의 경쟁상대는
▶마켓컬리의 ‘첫날‘이 마켓컬리의 유일한 경쟁자라 생각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고객이 몇 명 되지 않았을 때 모든 분들에게 전화해서 만족했는지
[정리 = 김기정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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