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난지원금이 샤넬 등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용 가능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일부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사용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17일 KB국민카드 재난지원금 사용 가맹점(서울 기준) 46만여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자 등록 내용 및 업종 구분에 따라 재난지원금 사용 여부가 엇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 사용 가맹점 리스트에 따르면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소위 하이엔드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에서는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또 구찌, 버버리, 디올 등 플래그십 스토어도 모두 재난지원금 사용 가맹점에 포함됐다. 반면 까르띠에 서울 청담동 메종, 오메가 청담 부띠끄 등은 불포함됐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대외 공유 가능한 내용이 아니다보니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사업자 등록 내용이 이번 재난지원금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별 사용처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즉, 업종 구분이 '의류·잡화' 인 경우는 포함, '귀금속·시계' 인 경우는 불포함됐다는 것이다. 까르띠에와 오메가의 주력 상품은 주얼리, 시계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파텍필립 등을 수입·판매하는 국내업체 명보아이엔씨는 사용처에 포함됐다. 명보아이엔씨는 업종 구분이 '의류·잡화'로 되어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대부분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포함돼면서 여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명품 매장별로 사용 가능여부도 차이가 나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매장도 주얼리, 시계 제품 등을 판매하는데 결국 여러 부문에서 형평성이 어긋났다"며 "정부가 사용처 판단에 안일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환금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의 귀금속 구매를 제한했지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주요 브랜드들이 가맹점에서 대거 누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골든듀, 디디에두보 등이 대표적이다. 골든듀와 디디에두보는 국내 프리미엄 주얼리 브랜드로 모두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글로벌 명품 구매 소비가 두드러진 가운데 국내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이번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다시 소외된 것이다. 결혼 예물 등을 준비하는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정부는 환금성이 크다는 이유로 귀금속 매장을 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현실에서는 글로벌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가 수혜를 누린다는 시각이다.
정부의 취지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향수·화장품 등 명품 재판매 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매장에서 산 제품을 재판매해 현금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근 '버버리 매장에 재난지원금 사용 여부를 문의하니,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춰 사용을 제한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버버리코리아는 이에 대해 "정부 재난지원금 취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해 문의 고객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으나, 정부의 가맹점으로 등록되어 있어
또 다른 명품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부 재난지원금이 글로벌 명품 매장에서 사용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지만, 매출을 올리기 위해 대부분의 매장이 허용하다보니 우리만 안하겠다고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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