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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 같았으면 이런 형태로 GTC가 열렸었겠지만... <사진=엔비디아> |
"엔비디아의 비전은 거대한 데이터 센터 회사(Data Center Company at Scale)가 되는 것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가 14일 자사의 인공지능 컨퍼런스인 GTC 2020의 키노트 연설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엔비디아는 흔히 그래픽카드 만드는 회사로 많이 알고 계시죠? 거기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GPU 라는 것을 설계하는 회사가 바로 엔비디아 입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이 회사는 의외로 엄청난 각광을 받았습니다. 바로 컴퓨터의 중앙연산장치인 CPU를 활용하는 것보다 그래픽용 반도체인 GPU를 활용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회사가 만든 GTC라는 이벤트를 두고 호사가들은 '세계 최대의 인공지능 행사'라는 명칭까지도 붙였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인공지능 이벤트가 될 줄 알았던 GTC 였는데, 다소 의외로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은 '데이터 센터'라는 화두를 꺼낸 것이죠.
바로 '서버'라고 흔히 불리는 값비싼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데이터센터'의 산업적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 판데믹 사태 이후 모든 일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구글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오피스용 부동산은 사지 않아도 데이터센터 투자는 늘릴 계획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지난 8일 보고서를 내고 향후 전체 인력의 48% 가량이 원격으로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고 IT 시장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전에는 30% 였다고 하네요.) 젠슨 황 CEO는 이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컴퓨팅 연산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각 가정, 회사 등에 있는 단말기의 CPU가 연산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환경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집적된 데이터센터에서 모든 처리를 한다는 거지요. 또한 과거와 달리 이제는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기도 해야 하고, 머신러닝을 빨리 처리하게끔 속도를 높여주는 작업도 해야 하는 등 굉장히 많은 작업들을 한꺼번에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성능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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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그러면서 엔비디아는 이전에 서버용으로 들어갔던 GPU 아키텍쳐인 볼타(Volta - 2017년 5월 발표)를 20배 정도 성능으로 압도하는 새로운 설계방식 'A100'을 이날 발표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이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7나노 공정의 반도체"라고 소개했습니다. 무려 7만명의 엔지니어가 붙어서 54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약시켜 만들었다고 하네요. 대만의 TSMC라고 하는 파운드리 (설계회사가 도면을 주면 그대로 반도체를 만들어서 주는 회사) 가 반도체 제조 최신 공정인 7나노 쪽에 특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을 전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7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을 할 수 있는 곳은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 정도 밖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TSMC는 엔비디아를 위해 커스텀 공정 라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엔비디아는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 관심이 많았었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확실히 이 쪽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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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가 만든 DGX A100 라는 서버장비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모습. <사진제공=엔비디아> |
현재 엔비디아의 A100 칩을 활용한 서버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한 기업으로는 18개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알리바바, 아마존웹서비스, 바이두, 시스코, 델, 구글, HP,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등 왠만한 클라우드 회사들은 다 들어가 있네요.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인공지능 회사로 변했던 엔비디아. 이제는 확실히 데이터센터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을 GTC2020에서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서버 제품들을 내놓았네요. DGX A100라는 서버장비를 내놓았는데, 엔비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발달된 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이 시스템을 가지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네요.
최근 엔비디아는 이스라엘의 반도체기업인 '멜라녹스'를 70억 달러 (약 8조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도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때문입니다. 젠슨 황 CEO는 "대용량 데이터들을 섬유처럼 연결시키는 멜라녹스의 기술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에 접목될 경우 다른 어떤 경쟁제품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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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그래프 |
이 밖에도 엔비디아는 이런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내에 포함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자비스'도 내놓았습니다. 아이언맨에 나온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와 같은 이름인데요.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이 각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영화 속 '자비스'처럼 상황에 맞는 음성비서가 만들어 지는 솔루션이라고 합니다. 엔비디아는 '사운드하운드'라고 하는 음성인식 스타트업에 지난 2017년 투자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회사와 공동으로 연구한 프로젝트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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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스'를 이용해 만든 맞춤형 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해 차량 안에서 컴퓨터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엔비디아 영상 캡쳐> |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이벤트에서 로보틱스 관련 발표들도 쏟아냈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아이작'이라는게 있는데 BMW가 이 플랫폼을 활용해서 공장을 가동하기로 이번 GTC2020에서 발표했네요. 젠슨 황 CEO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BMW의 30개 공장에서는 56초 마다 1대씩 차량을 만들어 냅니다. 모두 40개의 서로 다른 모델이 있고 수백개의 옵션들이 있으며 3000만개의 부품들이 2000개 이상의 협력회사들에게서 날아오지요. 이런 작업들을 빠르게 가능하게 하려면 인공지능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공장 내에 있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될 겁니다. 대량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은 개인맞춤형으로 생산이 가능해 질 겁니다."
엔비디아가 수년째 연구해 오고 있는 자율주행차 솔루션도 빼놓을 수 없는 발표거리 중 하나였네요. 현대자동차가 협력하고 있는 '포니AI'라는 자율주행차 기술 회사, 역시 현대차와 협력 중인 전기차 플랫폼 회사인 '카누' 등이 모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활용하겠다고 이번 GTC2020에서 발표했습니다. 완성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인 '패러데이퓨처'도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쓴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ADAS를 구동하는 프로세서 '자비에'를 만들고 있죠. 특히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에서는 이 '자비에' 칩이 다른 경쟁사 제품에 비해 우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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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의 솔루션이 들어갈 예정인 전기차 플랫폼 '카누'의 모습. <사진제공=엔비디아> |
이번 GTC2020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원격'의 시대에 필수적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위한 기술회사가 되겠다는 엔비디아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준 이벤트였다고 보입니다. 원래 3월경 오프라인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GTC 2020은 실리콘밸리를 덮친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두달 정도 시간이 연기되면서 온라인으로 이뤄졌습니다. 젠슨 황 CEO는 코로나 때문에 경영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게이밍, 워크스테이션, 데이터센터 등은 오히려 긍정적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고 답했습니다. '동물의
숲' 게임 때문에 없어서 난리라는 '닌텐도 스위치'에 엔비디아의 칩이 들어가고 있다는 예도 들면서 말이죠. 젠슨 황 CEO는 그 스스로 약 45일 동안 격리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이날 GTC 키노트도 실리콘밸리에 있는 그의 집 주방에서 찍었다고 하네요.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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