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기획 '노사관계 진단' 오늘은 그 두 번째로, 산업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시장을 통해 노사관계를 진단해봅니다.
일본과 독일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와 노사관계가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황주윤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세계 1위의 일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도요타는 지난 50여 년간 한 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초 회사의 구조조정과 노조의 총파업으로 파산 위기를 겪은 뒤, 노사 대립이 경영 위기로 직결된다는 교훈을 명확히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노조는 현장 파업을 없앴고, 회사는 '종신고용'을 통한 안정된 노사관계로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전통의 자동차 강국 독일의 폭스바겐은 93년 일본의 도전과 경기불황으로 적자를 내면서 절반 가까운 감원을 단행했습니다.
혹독한 구조조정에도 노사는 위기의식을 공유해, 근로조건 양보와 고용안정을 골자로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
근로시간이 유연화되면서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을 높여,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례로 꼽힙니다.
일본과 독일에 이어 글로벌 탑 5의 입지를 굳힌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그동안 잦은 노사분규로 생산성에 차질을 빚어왔지만, 최근 들어 노조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됩니다.
▶ 스탠딩 : 황주윤 / 기자
- "강성으로 이름난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무분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명분 없는 파업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현대차 노조는 공장 간 생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반대해온 공장 간 물량 이동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장규호 / 현대차 노조 공보부장
- "최대한 조합원들 설득하고 홍보해서 조합원 내에 일감을 나누고 또 같이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고용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노조의 임무이기도 하고…."
하지만 고질적인 노사 간 불신으로 현대차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김동원 / 고려대 노사관계학 교수
- "노조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사용자가 평소에 노동조합과 진솔한 대화를 안 했기 때문에, 노사 간 신뢰 부족이라든가 의사소통의 부족이 현대차의 가장 큰 문제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 세계적 자동차 업계의 불황에 대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온 경영진의 책임을 꼬집었습니다.
불경기에 따른 국민정서를 이용한 여론몰이로 노조를 압박하는 행태도 지양해야 할 부분입니다.
노사 간 화합으로 일류기업의 초석을 닦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과 노사 관계도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입니다.
mbn뉴스 황주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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