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고령층을 노동시장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만 그 방법이 정년 연장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다.
지난 5년간 우리경제는 성장률이 2%대에 머물면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고용시장 부진도 장기화하면서 2018년에는 취업자수 증가세(9만7000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근로자의 퇴직연령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13년 이후 우리나라의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법제화돼 있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 지난해 5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실제 퇴직연령은 평균 49.3세였다. 일을 그만둔 사유도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부진 등 기업 경영 악화를 꼽는게 40%가 넘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기업들도 더욱 한계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법적으로 정년을 연장해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를 장기간 고용할 경우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변화에 뒤처지게 될 게 뻔하다.
정년제를 이참에 폐지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장년층의 고용을 늘리면서 청년에게도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이다. 한국 사회 특유의 연공서열제를 없애고, 능력급제를 추진하게 되면 정년을 없애더라도 중장년층의 고용이 이어질 수 있고, 청년층의 진입도 쉬워질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제는 고용시장의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입사 1년차와 30년차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4배가 넘어 세계최고 수준이다. 어리셈으로도 고령근로자 1명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 4명을 못뽑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년을 폐지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인력을 채용한다면 이런 비효율성을 피할 수 있다.
일찌감치 법정 정년제를 폐지한 국가도 있다.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1986년 정년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란 여론이 커지면서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이를 폐지했다. 정년을 65세로 유지해왔던 영국에서도 연령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며 2011년 고용평등법 개정과 함께 정년이 폐지됐다.
두 나라 모두 능력에 따른 직무급제,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연봉제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고, 기업연금도 활성화되어 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스타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도 "한국의 경우 의무 정년인 60세 전까지는 정규직에서 일하다가 의무 정년을 전후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식"이라며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체계는 나이가 증가하면서 임금과 생산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구조"고 평가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층을 재고용하고, 임금을 훨씬 낮출 수 있다면 유연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비슷한 시기에 정년을 폐지한 영국과 연장한 한국은 서로 다른 결과를 맞았다. 영국은 법정 정년을 폐지한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7년간 고용률이 5.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실업률은 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해 21.3%에 달했던 청년 실업률도 절반 가량 줄어든 11.3%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016년 정년 연장이 적용된 이후 2년간 고용률이 0.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청년실업률도 같은 기간 10.0%에서 10.5%로 증가하며 뒷걸음질쳤다. 한국의 정년 연장은 장년층에게는 일할 기회를 제공했지만 청년층에는 부담을 안기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청년 일자리 감소가 정년연장 탓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가늠해보는 지표는 될 수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대일 교수는 "한국에서 정년연장이 되면 일부 생산직 근로자나 공기업에 주로 적용될 뿐 대부분 대형 사업장에는 이미 정년까지 일하는 근로자가 없다"며 "능력급제, 기업연금 등이 발판이 된다면 정년 폐지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정년을 단순히 늘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정년제를 없애고 있다. 욜드세대를 은퇴자에서 생산자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지난 1월 21일 매일경제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