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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찾기 어려운 시장 [사진 = 연합뉴스] |
대구 한 대형마트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30대 홍 모씨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자 자신이 데리고 있던 직원에게 이같은 말을 전했다. 친동생처럼 여기며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직원에게 '무급휴직'이란 말을 꺼내긴 쉽지 않았다. 며칠 밤을 고민하다 겨우 입을 뗐다는 홍 씨는 "그저 미안할 따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홍 씨가 마트 내 매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건 2014년이다. 그는 "당시 카트가 줄을 이어 손님들이 앞으로 못 나갈 정도였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홍 씨가 입점한 대형마트는 당시 매출이 전국 5위 안에 들 정도로 호황이었고, 이듬해 메르스에도 큰 타격이 없었다. 한 때 직원 세 명까지 뒀던 그는 코로나19가 대구를 강타하면서 이젠 한 명밖에 없는 직원에게마저 무급휴직을 권유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됐다. 홍 씨 매장은 대형마트 손님까지 줄어든 탓에, 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0%나 감소했다.
당장 쓸 가용자금이 부족한 홍 씨는 최근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대출 3000만원을 신청했다. 대출이자 1.5%에 보증료율 0.8%를 더하니 2.3%로 올라갔다. 2년거치 3년상환 프로그램으로, 3년째부터 분기별 돈을 갚는 구조다.
홍 씨는 "3년째 돈을 못 갚으면 일반대출로 전환돼 이자율이 3%대로 뛴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코로나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돈을 잘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함께 설명을 들으러 간 모친은 "대학 졸업후 일반 직장에 보낼 걸 괜히 장사를 권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홍 씨는 "자영업자들은 기존 대출도 많다보니 상환 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주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국내 패션시장의 중심인 동대문시장 상인들도 코로나로 패닉 상태다.
동대문 모 도매 쇼핑몰 대표는 "요즘 동대문 상인들의 목표는 6월(상반기)까지 어떻게든 버티자는 것"이라며 "지금은 감염에 따른 사망자가 속출하지만 앞으론 경제적 타격에 따른 피해자도 속출할 것 같다"는 우려를 전했다. 그는 "정부가 감염부터 제대로 막은 후 소비진작책을 확실히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동대문시장에선 임대료를 못내 야반도주를 한 상인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상인들이 심리가 매우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예외가 없다. 대구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50대 최 모씨는 요즘 임대료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최 씨가 운영하는 매장은 대구 신천지교회 인근에 있다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매출도 급감했다.
그는 "매달 300만원씩 내는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며 "건물주를 찾아가 통사정을 하니 보증금 일부를 빼줬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 주목받지만 수혜를 받는 이들은 정말 극소수"라며 한탄했다. 지난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대출 상담을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그는 "나랏돈 함부로 썼다가 못갚으면 신용불량자 될텐데 조금만 더 버텨봐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잇따른 최저임금 인상은 코로나19 사태에 자영업자를 더욱 옥죄는 요인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 고용구조를 '가족 중심'으로 바꿔놨다. 이는 경제위기에 결국 가족 전체의 생계가 위협받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돈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부인이 하던 일을 접고 같이 가게에 매달렸는데, 결국 부부가 모두 돈을 못 버는 사람이 돼버렸다"며 답답해했다.
코로나에 배달 음식 사업은 호황이지만 매장 중심의 외식업은 초토화 상태다. 국내 한 유명 해산물 뷔페점은 최근 식자재 발주 물량을 30% 이상 줄였다. 뷔페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서비스다보니, 고객이 대폭 줄어든 까닭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제 등 시행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가 외식업인데,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다며 폐업을 생각하는 곳들이 꽤 많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최근 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이달 3~6일) 전국 식당의 고객 감소율은 코로나 발생 전 대비 65.8%로 나타났다.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직후(감소율 29.1%) 대비 무려 2배 이상 높아진 상황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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