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주택수요에 2월 가계대출 사상 최대 증가…커지는 가계빚 경고음

2월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로, 12·16 부동산대책 직전까지 체결된 계약의 대출이 실행된 영향으로 보인다.

↑ 12·16 부동산 대책 중 시가 9억원 넘는 집이 있으면 보증부 전세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규제가 지난 달 20일 시행된 가운데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매경DB]

11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역대 최대폭인 9조3000억원 증가한 은행 가계대출액이다. 2월 증가폭은 2004년부터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으로, 한은 관계자도 "이례적으로 큰 폭의 대출액 증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원인은 2월까지 이어진 주택담보대출액 증가였다. 2월 주택담보대출은 7조8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2015년 4월 기록한 8조원 증가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난 것이다.

↑ 은마종합상가 내 부동산 사무소 앞에 한 시민이 서 있다. [사진 = 매경DB]

한은 관계자는 계약 체결과 대출 실행 시점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12·16 대책 직전까지 체결된 계약에 대해 실제 입주 시점이 다가와 대출이 실행된 영향으로 보인다"며 "3월이 돼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에는 주택매매수요 외에 전세 대출과 비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은행 대출로 전환한 몫도 포함돼 증가세가 더 커졌다. 은행 외 기관에서 받은 은행 대출로 전환해주는 정부의 안심전환 정책 영향으로 늘어난 금액도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3월 주택담보대출은 2월보다는 줄겠지만, 증가세는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월별 아파트 거래량이 주춤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월별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1만1000호에서 12월 1만호, 1월 6000호로 줄었다.
가계대출이 폭증한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폭이 줄었다. 1월 기업대출이 8조6000억원 증가한 것과 달리 2월은 5조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대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보다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 컸다. 대기업 회사채 발행은 1월 1000억원에서 2월 3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1월 3조1000억원 증가하다 2월에는 2000억원이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1월 5조3000억원 대출에 이어 2월에도 5조2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은행이 대출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장적으로 취급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2월 기업 대출이 감소한 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업황이 나빠진 한계기업이 대출을 더 받아 갔을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출 지원 확대를 선언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3월 통계가 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것이 2월 24일이었던 만큼 본격적인 영향은 3월 통계에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