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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하지만 올해 연말 세일전을 알리는 백화점 직원들의 업무 처리 방식이 확 달라졌다. 으레 해왔던 납품업체별 개별 접촉이 일절 금지됐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세일전에 대해 공지하고, 참여 여부나 할인폭은 납품업체가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도록 백화점들은 원칙을 세웠다.
23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2020년 정기 세일을 앞두고 최근 백화점 상품본부 홈페이지 및 협력사와 연계된 온라인 시스템 상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내달 2일부터 신년 정기세일을 열 예정이니 참여할 업체들은 공문 접수를 하라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세일전 참여 여부나 할인폭, 판촉 방식에 대해 전적으로 납품업체가 정해야 한다.
A백화점 관계자는 "내년 정기 세일을 앞두고 납품업체에 사전 고지를 강화하고, 무슨 일이든 공개적으로 하는 측면을 가장 신경 썼다"며 "그래서 참여를 원하는 업체는 바이어에게 회신 후 공문 접수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층별로 백화점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브랜드 매니저들을 만나 세일 참여여부를 확인한 것은 일종의 업계 관행이었다. 백화점 고객들에게 발송할 DM(다이렉트 메일) 제작을 위해 서둘러 할인 내용 등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올 연말부터 백화점들은 세일전에 참여할 납품업체를 공개모집키로 했다.
납품업체와 관행상 해 온 소통 방식을 버리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백화점들이 공개모집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 개정안 때문이다.
업계에서 일명 '세일 지침'이라 부르는 이 개정안에는 백화점이 납품업체와 공동 판촉행사를 할 경우 가격 할인분의 50%를 분담하도록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갑'의 위치에 있는 백화점이 일방적이고, 일률적으로 정한 할인 행사로 그 동안 손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참여를 해야 했던 납품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백화점들로써는 개정안에 따라 하루 아침에 세일로 깎아준 물건 값의 차액을 납품업체와 절반씩 나눠져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물론 예외 조건이 있다. 백화점이 가격 할인분의 50%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백화점이 판촉 행사를 주도하지 않았고, 판촉 행사가 또 차별화됐다는 점을 입증했을 때 백화점은 판촉비 부담으로부터 자유롭다. 개정안에서 보면 납품업체의 '자발성'과 '차별성' 요건이 이에 해당한다. 백화점 직원들이 당장 업무 처리 과정에서 변화를 택해야 했던 이유다.
B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어떤 시대인데, 백화점이 납품업체에 갑질을 하겠냐"며 "하지만 납품업체에 구두상 공지를 하거나, 또 단톡방을 개설하는 일 등이 모두 다 바뀐 세일 지침상 자발성과 차별성에 어긋날 수 있어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연말·연초 소비 심리를 진작시키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세일 홍보전에 돌입했을 백화점들은 현재 고객들에게 돌릴 세일 전단지조차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납품업체에 세일이란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매출 기여도가 높은 정기 세일전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C백화점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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