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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와 기아차는 17일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면서 개발 속도와 수익성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현대·기아차] |
현대차·기아차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첨단 VR 기술로 자동차를 개발한다.
현대차·기아차는 VR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지난 17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현대차·기아차는 이날 남양기술연구소(경기도 화성)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언론매체에 공개했다.
버추얼 개발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차 모델이나 주행 환경 등을 구축,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하면서 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대체한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 있다. 실물 시제작 차에서 검증하기 어려운 오류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연구개발 모든 과정에 완전 도입할 경우 신차 개발 기간은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아차는 플래그십 세단인 K9를 개발할 때 4년5개월 동안 5200억원을 투입했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연구개발 기간을 10개월 가량 단축할 수 있고, 비용은 780억원 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 니즈에 맞춰 부분변경 모델이나 완전변경 모델을 좀 더 빨리 내놓을 수 있게 된다. 또 절감한 시간과 비용을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트를 개발할 때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VR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150억원을 투자,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성했다. 가로·세로가 각각 20m에 달하는 공간에서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다.
평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디지털로 제작된 차량을 바라보면서 리모컨을 닮은 조작기기를 통해 차량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실물과 크기가 같거나 축적을 적용한 모형인 '목업(Mockup)'을 제작하지 않아도 디지털 차량을 통해 어떻게 디자인됐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목업을 제작할 수 없는 단계에서도 디지털 차량을 적용해 결함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차는 지난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부터 VR 디자인 품평장을 시범 운용했다.
이날 기자들에게도 넵튠 VR 디자인 품평 기회가 제공됐다. 품평회에 참가하려면 VR 고글을 쓰고 백팩 형태의 컴퓨터를 착용해야 한다. 품평장 천정에는 36개의 모션캡처 센서가 설치됐다.
센서는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감지한 뒤 백팩 컴퓨터를 통해 평가자에게 제공한다. 고글을 통해서는 영화 '아이, 로봇'에 나온 인공지능 로봇의 상체를 닮은 아바타가 곳곳에 나타난다. 다른 평가자들이다.
앞을 바라보면 넵튠과 테슬라 전기트럭인 세미, 메르세데스-벤츠 악트로스 등 트럭 5대가 서 있는 장면이 보인다. 리모콘처럼 생긴 VR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자 넵튠이 참가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평가자들은 넵튠의 내외부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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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들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활용해 자동차의 헤드램프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현대·기아차] |
현대차·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량 설계 부문에서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안정성, 품질, 조작성 등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 차와 완전히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차량을 만들 수 있다. 기존에도 2D 디지털 차량이 있었다. 그러나 큰 화면을 통해 2D 환경에서 주행 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 차량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기 어려웠다.
새로 구축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부품 간의 적합성,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디지털 차량을 가상현실에서 운행하면서 VR 컨트롤러로 움직이는 차량을 절개,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의 작동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차체 바닥으로 흐르는 공기의 움직임도 눈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차량에서 불가능했던 검증이 가능해져 실물 평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 차량의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한 뒤 설계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VR 설계 품질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고속도로, 경사로, 터널 등 다양한 가상 환경 주행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 도어, 트렁크, 후드, 와이퍼 등 각 부품의 작동 상태도 분석할 수 있다. 운전석의 공간감과 시야,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성능, 조작 편의성 등도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날 기자들에게는 기아 신형 K5의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의 비스듬한 기둥) 설계 변경 과정을 공개했다. VR 고글을 쓰고 운전석처럼 생긴 장치에 앉자 신형 K5 운전석에 앉은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신형 K5가 좌회전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운전시야를 A필러가 방해하지 않는 지 평가한다. 연구원이 컨트롤러를 조작하면 신형 K5 운전석은 구형 K5 운전석으로 바뀐다. 두 차량을 비교하면서 A필러 개선점을 찾아낸다.
그 결과, 신형 K5의 A필러는 구형 K5의 A필러보다 두께가 얇고 더 비스듬하게 개선됐다. 또 사이드미러 안쪽에 삼각형으로 막혀있던 플라스틱 커버도 밖을 살펴볼 수 있는 유리도 대체됐다.
현대차·기아차는 유럽, 미국, 중국, 인도 등지에 있는 디자인센터에서 근무
[화성 =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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