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매경DB] |
그렇지만 그가 대우그룹 해체 이후 전세계 유랑 시절 건강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 것은 오히려 골프다.
김 전 회장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아프리카 수단. 부인인 정의자 여사가 권해서 골프채를 잡게 된 것이다.
주재원 숙소를 겸한 호텔의 골프 연습장에 김 전 회장은 하루에 1000개씩의 연습공을 쳤다고 한다.
최 측근 설명에 따르면 안팎에서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식을 잠시나마 잊고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정 여사의 '특별 배려'였다.
그러던중 골프 예찬론으로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은 베트남에서다.
수도 하노이 관문인 노이바이 국제공항 부근인 번찌(Van Tri) 골프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한 2007년부터 이곳이 그의 숙소나 마찬가지였다. 이 골프장은 차남인 선용씨 소유다.
새벽 5시면 기상해 골퍼로서 골프장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직접 살폈다. 흥미로운 것은 18홀 전체가 아니라 절반씩 나누어 살폈다. 매번 시정할 것이 발견됐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캐디 부분이었다. 기본적인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김 전 회장은 캐디들을 한국에 단기연수를 보냈다. 한국 골프장에서 베트남 캐디들은 혹독한 대(對)고객 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한국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번찌 골프장 캐디들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김 전 회장은 일 년에 200일가량은 하노이에서 거주했다. 정기 건강검진차 귀국 등으로 귀국하지 않으면 거의 이곳에서 기거했다. 그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그는 2010년부터 번찌 골프장에서 '인생 2모작'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취업대란에 시달리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구제책의 하나였다 '김우중 키즈'로 불리는 청년 양성가 계획(GYBM)이었다.
좁디좁은 한국 땅을 벗어나 광대하고 여전히 개척할 곳이 많은 세계를 누비며 미래 한국을 견인할 자산은 도전정신이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GYBM 프로그램은 해외청년취업·창업 분야에서 사실상 선구자다. 김 전 회장은 한국에서 투병에 들어간 2017년 말 이전까지 번찌 골프장에서 머물면서 GYBM의 성공 안착을 위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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