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M 스타필드 코엑스점. H&M은 지난 11월부터 의류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전 세계 5000여 개 점포를 가진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세르옐 광장 매장에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부터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번에 최대 3벌의 옷을 1주일 동안 빌릴 수 있으며 가격은 한 상품당 350크로나(약 4만 4000원)다.
H&M은 3개월 시험 운영 후 결과에 따라 다른 매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다니엘 클라손 H&M 경영개발 팀장은 "대여 사업의 전망을 믿지만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조사하고,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 의류 체인점 '바나나리퍼블릭'도 지난 9월부터 미국 내에서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대여 서비스 '스타일 패스포트(Style Passport)' 가입자는 월 85달러를 내면 한 번에 최대 3벌의 옷을 빌릴 수 있으며 무제한 교환할 수 있다. 고를 수 있는 옷의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다.
이 외에 블루밍데일스, 어반아웃피터스, 앤테일러, 아메리카 이글 등 여러 브랜드가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패스트패션 업계가 대여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이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업계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패스트패션 업계의 등장으로 옷 교체 주기까지 짧아져 환경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 받아왔다. 국제연합(UN) 연구에 따르면 의류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양의 10%, 오염수의 20%를 차지한다.
패션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8월 프랑스 비자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패션 팩트(Fashion Pact)'라는 이름의 자체 협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32개 패션업체들이 모여 2030~2050년까지 패션 산업이 기후 변화, 생물 종 다양성,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고 약속했다. 프랑스 정부는 악성 재고 제품의 소각 금지 조항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 여러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양한 옷을 제공하면서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의 매출 감소도 이들이 의류 대여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패션 사업에 나서도록 했다.
H&M의 순이익은 지난 2015년 209억 크로나에서 2018년 126억 크로나로 크게 줄었고, 지난 9월엔 글로벌 한인 의류업체 '포에버21'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도 했다. 미국 온라인 리세일(재판매) 패션 업체 트래드업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2019년 패스트패션 구매를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저렴한 가격에 유통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교적 많은 옷을 부담 없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확산하며 패스트패션은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반면 의류 대여 시장은 패스트패션의 장점인 '새로움'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시장조사 업체 브랜드에센스는 전 세계 의류 대여 시장 규모가 2018년 11.8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19.6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패션 업계뿐 아니라 많은 온라인 스타트업도 의류 대여 사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의류 대여 스타트업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의류를 일정 기간 대여해준다. 상품 개별 대여와 월 정액제 대여 둘 다 가능하다. 현재 800만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엔 150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영국의 '프론트로'(Front Raw)는 럭셔리 브랜드 대여를, '허콜렉티브'(HURR Collective)는 상품 본래 가격의 20% 수준으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별한 이벤트나 럭셔리 시장에서 이용
허콜렉티브 운영자 빅토리아 프루는 "이 플랫폼을 통해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패션 산업계에 지속 가능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서비스 가입자들은 의류 대여가 경제적이면서 환경 친화적이라고 믿는 진보적인 여성들"이라고 소개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