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할머니가 며느리 집을 못 찾을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예전에 압구정 현대, 개포 우성 하던 아파트 이름이 최근엔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외계어 천지가 됐거든요.
정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신축 아파트.
그런데 출입구에 적힌 이름이 생소합니다.
축복을 뜻하는 영어 'Bless'와 특권을 의미하는 'Prestige'의 합성어입니다.
고급 이미지를 담겠다며 영어 단어를 억지로 조합한 건데, 심지어 장소에 따라 영어 표기가 가 서로 다른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집니다.
바로 옆 신축 아파트 이름 역시 명예와 자연환경이라는 상징을 동시에 담았다지만 무슨 뜻인지는 쉽게 와 닿지 않습니다.
과거 동네에 건설사 이름을 붙이는 게 관행이었던 아파트 이름은 2000년대 브랜드 열풍에 올라타더니 최근엔 이처럼 외국어 합성어가 유행입니다.
심지어 프랑스어와 영어를 합치는가 하면, 스페인어와 독일어, 영어 등 3개국 언어를 한 번에 조합하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살로몬 / 프랑스인
- "정말 이상해요. 영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쓰네요. 저희는 이런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아파트 이름이 정체불명의 언어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인터뷰 :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대표
- "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고급지게 보이려고 하는 시도일 텐데. 외국어는 우리의 1등 언어고 한국어는 2등 언어…. 이렇게 돼버릴 위험도 있다는거죠."
분양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건설사의 욕구와 집값 상승을 바라는 소비자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이름 짓기 경쟁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jaljalaram@mbn.co.kr]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