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26일 "엑스코프리를 뇌전증으로 인한 부분발작을 적응증으로 해서 내년 2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적응증을 전신발작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두개의 적응증을 확보하게 되면 뇌전증 환자의 95%를 커버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지난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뇌전증 신약이다. 국내 제약사가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을 거쳐 미국 시판 승인까지 받아낸 첫 번째 약이다. 현재 허가된 적응증은 17세 이상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을 치료하는 단독요법과 부가요법이다.
SK바이오팜은 이번에 허가를 받은 뇌전증으로 인한 부분발작에 더해 전신발작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일단 난치성 뇌전증 치료부터 시작해 치료효과 미비한 환자, 처음 간질이 발병한 환자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뇌전증 이외에도 전신질환, 다른 신경병성 통증 등 추가 적응증을 확대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엑스코프리는 최대 90일이 소요되는 미국마약관리국 심사 과정을 거쳐 내년 2분기부터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이미 론칭 준비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미 많은 영업인력의 채용을 진행해 내년 2분기 차질없이 론칭할 수 있게 준비해놓은 상태"라며 "자체적인 인력을 투입해 미국 전체에서 영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미국을 12개 권역으로 나누고 이를 담당할 영업 디렉터와 현장에서 영업할 110명의 인력 채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에서 엑스코프리가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 조 대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 시장의 특성은 (새로운 약물에 대해) 초기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라며 "입소문이 날 때까지 (매출이) 완만하게 성장하다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급격히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의약품을 론칭할 때 현지 판매 파트너와 협력하는 데 반해 SK바이오팜이 직접 미국에서 판매하는 이유는 수익성과 향후 사업 기회에 있다.
조 대표는 뇌전증 치료제의 경우 100~150명의 영업인력을 활용하면 미국 전역에서 영업할 수있는데, 판매 파트너사와 협력하면서 영업비용을 뗀 뒤 남은 이익까지 나누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수익성에 더해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를 판매하면 현지에서 인지도가 쌓여 향후 오픈이노베이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 대표는 전망했다. 특히 그는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생각"이라며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를 판매할 인프라를 깔아놨기 때문에 SK바이오팜과 협력하려는 회사가 여럿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들어 바이오업계에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데 대해서는 '필요한 성장 과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조 대표는 "내가 개발해서 시작했던 과제의 숫자는 셀 수 없는데, 성공한 건 2개"라며 "실패 없이는 배울 수 없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바이오팜의 경험을 공유해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는 파이프라인에 대해 조 대표는 "자체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는 후보물질과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는 신경질환 치료 후보물질이 하나 더 있다. 조만간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뇌전증 신약도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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