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폐해로 꼽히는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 허가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약업계 요구에 규제 완화로 일관하다가 복제약 범람에 따른 안전 문제가 부각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식약처는 의약품 허가 신청 때 자료 제출 면제요건을 삭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식약처는 내년 1월 20일까지 의견을 받고 제약업계 준비상황을 고려해 공포후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약사가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하게 모든 제조공정을 위탁해 복제약을 제조하고자 할 때 앞으로는 '우수의약품 제조공정(GMP) 평가자료'를 예외없이 제출하도록 했다. 지금은 이미 제조판매 허가를 받은 품목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복제약을 위탁 제조하기 위해 당국에 허가를 신청할 때 GMP 평가자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또 의약품의 제형(경구용, 정제 등)과 관계없이 모든 전문의약품은 품목허가를 신청할 때 기준 및 시험 방법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월말 이른바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 및 폐지하기로 했다.
생동성 시험은 원래 의약품과 복제약이 효능과 효과, 안전성 측면에서 동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약효시험을 말한다.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이란 여러 제약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해 생동성 시험을 위탁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제도 덕분에 그동안 제약사들은 생동성 시험을 거친 복제약을 만든 제조업소에 동일한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면 자체 생동성 시험없이도 무제한으로 복제약을 만들 수 있었다.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제도가 국내 복제약 난립의 주원인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 의약품과 올해
외국에서는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성분 함유 의약품에서 발암유발 유질이 검출되고서 회수 조처된 품목이 10개 미만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분당 300여개 품목에 달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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