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현대차] |
10년 전인 2009년 방영된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그랜저 CF는 성공의 아이콘이 된 그랜저를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형 그랜저는 '성공의 개념'을 확대했다. 부와 명예뿐 아니라 자기 신념을 가진 삶도 성공의 개념에 포함시켰다.
CF 주제도 '2020 성공에 관하여'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퇴사하는 날', '아들의 걱정', '어려지는 신체나이', '동창회' 등 총 5편의 광고로 나온다. 주인공은 임원이 된 40대(추정) 남녀뿐 아니라 개인방송으로 성공한 20대(추정), 운동을 통해 신체나이가 젊어진 40대(추정) 등이다. 그랜저 타깃을 40대 이상에서 20대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다.
실제 그랜저는 세대를 거듭하며 외모와 성능이 젊어졌다. 처음에는 50대 이상을 위한 '사장차'로 인지도를 쌓다가 4·5세대에는 40대 '아빠차'로 거듭났다. 6세대 들어서는 30대까지 타깃으로 삼은 '오빠차'가 됐다.
신형인 더뉴 그랜저는 20~30대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여길 정도로 젊은 감각을 추구했다. '오빠차'에 어울리는 진화가 완성된 셈이다.
더뉴 그랜저는 2016년 11월 출시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된 뒤 출시된 더뉴 그랜저는 현대차를 새롭게 대표할 플래그십(기함) 세단 역할도 맡는다. 사장차, 아빠차, 오빠차를 모두 아우르겠다는 의도다.
더뉴 그랜저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 버금가는 변화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이런 그랜저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르 필 루즈'를 통해 선보인 차세대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트니스'를 반영한 효과다. 이 디자인 철학은 신형 쏘나타가 처음 적용했다. 더뉴 그랜저는 신형 쏘나타보다 르 필 루즈에 더 가깝다.
자동차 첫 인상을 결정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은 르 필 루즈 스타일을 적극 적용했다. 준대형 세단이 추구해야 할 중후함이나 안정감을 주는 선·면을 적용하는 대신 시선을 강탈하는 기하학적 패턴과 날카로운 선을 채택, 시선을 강탈한다. 콘셉트카로 여겨도 될 정도로 파격적이다.
사람의 코에 해당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석 모양의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으로 꾸며졌다.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헤드램프는 칼날처럼 그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헤드램프가 그릴 안쪽으로 침투한 모습은 아반떼가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파고 들어간 수준에서 벗어나 단절됐던 그릴과 헤드램프를 통합시켰다.
신형 쏘나타에 최초로 탑재됐던 히든 라이팅 램프를 LED 주간주행등에 적용했다. 쏘나타에서는 선으로 구현됐던 히든 라이팅 램프는 신형 그랜저에서는 마름모 모양의 면으로 진화했다. 램프가 꺼졌을 때는 그릴 일부로 보이지만, 점등되면 그릴 양쪽에서 별이 떠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리어램프는 카약의 패들 노를 연상시켰던 모습에서 가로 바가 좀 더 얇아지고 양쪽 끝이 살짝 내려간 일자 형태로 바뀌었다. 기존 모델보다 좀 더 낮고 안정적인 이미지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90x1875x1470mm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60mm 길어지고 전폭은 10mm 넓어져 차체가 웅장해졌다. 또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기존보다 40mm 늘어난 2885mm로 플래그십 세단에 어울리는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 [사진제공=현대차] |
기존 8인치 디스플레이 대신 시원시원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경계가 없는 심리스 형태로 배치돼 시인성이 우수해졌다. 디스플레이 옆에 있던 아날로그 시계는 사라졌다. 다만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테두리가 끼어넣은 표시가 나게 두드러지게 보여 일체감을 헤친다.
에어컨, 바람세기, 온도조절, 열선 등 공조 기능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따로 빼놨다. 여기에 열선 통풍 시트, 드라이브 모드, 주차센서, 리모트 파킹, 블라인드 등 자주 사용하는 버튼도 공조장치 디스플레이 밑에 배치했다. 운전 중 쉽게 조작할 수 있다.
기어레버는 사라졌다. 신형 쏘나타와 팰리세이드처럼 전자식 변속 버튼(SWB)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기어레버 공간이 필요없어지면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수납공간이 추가로 생겼다.
더뉴 그랜저는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은 ▲2.5 가솔린 3294만원 ▲3.3 가솔린 3578만원 ▲2.4 하이브리드 3669만원(세제혜택 후) ▲일반 판매용 3.0 LPi 3328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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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은 290마력, 최대토크는 35.0kg.m다. 고 배기량 엔진과 어울리는 R-MDPS(랙 구동형 파워스티어링) 적용했다. 통해 고속 주행 시 조향 응답성을 강화했다.
스티어링휠은 기존 모델처럼 4포크 스타일이지만 각진 형태에서 물결 스타일로 변했다. 쏘나타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 재질을 사용했다. 손에 잡히는 그립감도 만족스럽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구성됐다. 처음 선택한 모드는 컴포트. 스티어링휠은 적당히 묵직했다. 저·중속 구간에서는 부드럽고 안락하게 달렸다. 소음과 진동 성능도 기존 그랜저보다 한층 개선됐다. 바람소리도 차체로 파고 들지 않는다.
사각지대 사고를 줄여주는 후측방 모니터(BWM)도 채택했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움직이면 해당 방향의 후측방 영상을 클러스터 화면에 보여준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내리면 클러스터 왼쪽의 후측방 상황이 클러스터 화면 왼쪽에, 레버를 올리면 오른쪽 후측방 상황이 클러스터 화면 오른쪽에 영상으로 나온다.
스포츠 모드로 바꾼 뒤 가속페달을 밟으면 스티어링휠에 중저음의 엔진사운드가 울려 퍼지면서 시원하게 치고 나간다. 지치지 않고 속도를 올린다.
스마트 모드로 바꾸면 차가 알아서 운전자의 주행습관이나 도로 상황에 맞게 주행모드를 바꿔준다.
기존 그랜저보다 좀 더 스포티하게 달린다. 기존 그랜저가 장착한 C타입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보다 정교하고 작동하고 조작감도 우수한 고급형 R타입 MDPS를 채택한 효과다.
조향 정밀성이 우수해 코너링 성능도 깔끔하다. 차체가 튕겨 나가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몸이 쏠리지 않는다. 다만 고속에서 지그재그로 차선을 바꾸며 달릴 때 차체가 좀 가볍고 거동이 살짝 흔들리는 것같은 느낌이 온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유지 보조 등으로 구성된 반(半) 자율주행 기능은 '완전 자율주행'에 더 가까워졌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직선 도로는 물론 곡선 구간과 터널에서도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하면서 앞차를 알아서 따라간다.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달린다.
↑ [사진제공=현대차] |
그랜저는 올해 5월까지는 '국가대표 준대형 세단'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 국내 판매되는 승용 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국민차'였다.
하지만 동생이지만 그랜저급으로 진화한 현대차 신형 쏘나타와 경쟁차종인 기아차 신형 K7의 협공에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5월부터 본격 판매된 신형 쏘나타에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1~10월 누적 판매대수는 그랜저가 7만977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감소했다. 반면 쏘나타는 8만2599대로 전년동기보다 49.3% 증가했다. 올들어 쏘나타에 '국민차' 타이틀을 빼앗긴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4만4764대 팔린 K7보다는 많이 판매돼 '국가대표 준대형 세단' 자리는 지켰지만 빛은 바랬다.
↑ [사진출처=그랜저 CF 캡처] |
이처럼 부분변경 모델이 기존 완전변경 모델을 뛰어넘은 사전계약 성과를 거둔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
더뉴 그랜저는 사전계약 최다 실적을 기록하면서 쏘나타에 내줬던 '국민차' 타이틀을 다시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뉴 그랜저 사전계약 '성공'에는 30~40대가 기여했다. 30~40대 비중은 기존에 46%에서 53%로 증가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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