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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을 모사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달` 시설인 `지반열진공챔버`. 인공 월면토 위를 달 표면 탐사용 로버(탐사차)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
5일 찾아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높이와 폭, 길이가 약 4.7m에 이르는 대형 진공챔버가 눈에 들어왔다. '지반열 진공챔버(DTVC)'로 불리는 부피 50㎥의 이 시설은 진공에 가까운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각종 우주 장비를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달 표면 토양과 지반 환경까지 그대로 구현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건설연은 이날 오전 미래융합관 개관식을 개최하고 자체기술로 구축한 지반열 진공챔버를 공개했다. 지반열 진공챔버는 인공적으로 만든 월면토(月面土·달 표면의 흙)에 자외선(UV)을 조사해 정전기를 충전시키는 방식으로 달 표면의 지반 환경을 그대로 구현했다. 특수 장비로 영하 190도~영상 150도에 이르는 달 표면의 온도차를 재현하는 한편 1기압(대기압)의 1000만분의 1 수준으로 기압을 떨어뜨려 진공 상태와 유사한 달표면 환경을 만들었다.
인공 월면토는 건설연 연구진이 월면토의 물리적 특성을 모방해 자체 개발했다. 미래융합관 내에는 하루에 150~200㎏ 규모로 인공토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이전에도 우주 환경을 모사하는 열진공챔버는 있었지만 인공 월면토를 활용해 달 표면의 지반 환경까지 구현한 것은 건설연의 지반열 진공챔버가 처음이다. 크레이터(구덩이) 등 달 표면 특유의 지형도 구현해 탐사로버(탐사차)의 주행 시험을 하거나 최대 2m 높이(최대 25t)까지 인공 월면토를 채워 달 지반 조사 등에 필요한 드릴링 작업을 실제 달 표면에서 하는 것처럼 실현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건설연은 달표면을 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m 깊이로 인공 월면토를 채운 챔버안에서 로버를 작동시켰다. 월면토를 활용한 건설재료 생산, 구조물 건설을 위한 3D 프린팅 시공도 검증 가능하다. 건설은 미래융합관에 '지반열 진공챔버' 외에 모의 극한 지형 실험실, 건설재료 3D(3차원) 프린팅 실험실, 인공지능(AI) 및 영상 처리 실험실 등 우주 건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 인프라를 구축했다.
신휴성 건설연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은 "지반열 진공챔버는 달 탐사를 위해 활용할 장비들이 달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지 시험하고 기술을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본부장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달 탐사 임무가 늘면서 지반열 진공챔버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연구진이 늘고 있다"며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과 협력해 달탐선·로봇 등 세계 각국의 탐사 장비들을 진공챔버에서 시험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8일 중 절반은 밤, 절반은 낮인 달은 온도가 섭씨 영하 19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 넘나든다. 달 표면은 지구와 달리 대기층이 없는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각종 방사선은 물론 극저온과 고온을 오가는 우주의 극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특히 태양풍을 통해 날아오는 전하 입자 때문에 흙먼지에 정전기가 계속 쌓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로버(탐사차)가 달 표면에 내려오면 정전기로 흙먼지가 달라붙어 문제가 발생할수
신 본부장은 "이같은 극한 환경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흙먼지로 인해 태양전지 등의 효율이 떨어지거나 심한 경우 기계에 고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NASA의 아폴로 달 탐사 임무 당시 우주인들이 브러쉬를 갖고 내린 이유도 이런 흙먼지를 털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고양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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