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이어졌던 소비자 물가 하락세가 멈춘 가운데, 소비자 물가가 당분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통계청 전망이 나왔습니다.
당초 마이너스 가능성이 거론됐던 지난달 물가는 최근 태풍과 가을장마로 인해 배추 등 일부 채솟값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 하락폭이 축소되고 석유류 외 공업제품 가격이 예상보다 오르면서 보합권(시세가 변동하지 않거나 변동의 폭이 극히 적은 범위)에 머물렀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물가가 마이너스는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의 수요 부진이 지속해 물가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오늘(1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같았습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세부적으로 원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소수점 셋째 자리가 (1년 전 원자료보다) 플러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 물가가 9월(-0.4%)에 1965년 통계 집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8월(-0.04%) 이후 석 달만에 사실상 오름세로 전환한 것입니다.
농산물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축소되면서 물가 하락 기여도가 9월 -0.69%포인트에서 10월 -0.35%포인트로 축소됐고,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9월 0.18%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습니다.
통계청은 당분간 마이너스 물가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에 9월 2.1%, 10월 2.0%, 11월 2.0% 등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 효과로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달리 이제 마이너스 물가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입니다.
이 과장은 "그간 기저효과 등이 반대가 되고 해가 바뀌면 또 일부 물가가 당연히 상승하므로 당분간 마이너스는 안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0%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저물가의 원인으로 통계청은 여전히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을 주로 꼽았습니다.
이 과장은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가격과 유가, 공공서비스요금 하락 등 정책요인이 주요 요인인 건 변함이 없다"면서 "서비스나 공업제품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수요부진이 원인인 것은 아니며, 공급측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저물가 현상에는 공급 충격보다 수요 충격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저물가에 공급측 요인을 강조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수요측 요인이 더 크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경기가 더욱 안 좋아지면 수요측 요인에 의한 물가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에 물가가 보합권으로 돌아선 것은 공급측 요인 덕분으로, 전반적인 수요는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처음에 저물가가 공급측 요인에 의해 시작된 것은 맞는데, 우리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아래로 내려온 9개월 정도는 수요측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경기가 더욱 침체되면 수요측 요인에 의한 물가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급측 요인 때문에 물가가 내려온 것은 크게 걱정이 안 되는데, 수요가 안 좋아져서 내려가는 것은 문제다"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안 좋아진다면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에 보합권이 된 것은 일부 공급 부족 때문에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라며 "전반적 수요는 가라앉으면서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사실상 디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근원물가가 0%대라는 것은 우리 경제의 수요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의미"라면서 "당분간 물가가 마이너스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수요 부진은 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