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체계와 퇴행적 제도들이 벤처인들의 기업의지와 혁신동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4차산업혁명을 준비할 골든타임이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생태계의 위기론을 꺼내들었다. 안 회장은 "미국, 중국, 한국, 일본간 무역전쟁이 지금 당장의 먹구름이라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 대한민국의 근원적 위기"라며 "우리의 법과 제도는 거의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매일 세계 무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업의 현장과 정부, 정치권이 현실을 느끼는 체감도가 너무 다르다"며 "정부와 국회는 국내외 정치 이슈와 진영논리에만 함몰돼 대한민국 성장동력에 대한 담론 마련은 물론 현재의 복합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대안을 거의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회장은 "7만여 벤처기업을 대표해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벤처정신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거의 1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촉진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촉진법에는 벤처투자 진입장벽 완화와 민간 중심의 투자생태계 조성방안이 담겨 있으며, 벤처기업법에는 벤처기업협회가 10년 이상 건의하고 준비해 온 민간 중심의 벤처확인제도 개편안이 포함돼 있다. 안 회장은 "벤처확인제도를 민간으로 이양해야 벤처정신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상생도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냐, 기술형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이냐는 논쟁은 매우 소모적"이라며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제3의 길'로 함께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을 언급하며 "최근 삼성그룹 총수가 이전과 달리 직접 나서 부품·소재의 국산
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신성장 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위기감에 의한 오너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해볼만하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두 손바닥을 마주치고 우리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큰 울림소리를 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신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