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을 개발중인 에이치엘비가 다음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사전미팅을 앞두고 최종 시판 허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말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의 일부 결과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실패 가능성이 부각됐지만 오는 27일~10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한 주요 결과변수들을 자세히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임상 결과치들이 좋게 나올 경우 FDA의 신약 허가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에이치엘비에 따르면 최근 FDA는 임상시험 결과변수 중 전체생존기간(OSl)이 통계학적으로 임상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특정 환자의 반응률 등 유의미한 대리결과 변수들의 유의성이 입증된다면 신약으로 허가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이에 대한 근거로 FDA가 지난해 배포한 '항암 의약품 및 생물의약품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변수 가이드라인'과 올해 4월 발간된 미국의학협회 최신 논문을 통해 FDA 항암신약 허가 동향을 분석했다.
회사에 따르면 FDA 항암제 임상시험에서 전체생존기간은 여전히 임상적 유의성을 나타내는 기준이지만 최근 12년간 FDA가 허가한 항암신약 중 OS의 결과 비중은 28%에 그쳤다. 이는 OS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장기 추적관찰의 어려움이 있고, 임상시험약의 효과가 없다면 중간에 피험자가 다른 형태의 치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분석에 혼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신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기존 치료법에 대한 개선 또는 현존하지 않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의약품 허가에 있어 추가 결과변수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FDA는 임상적 유익성을 판단하는데 역학적, 치료적, 병리생학적 대리결과변수 효과에 근거해서 의약품을 허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요 대리결과변수에는 무진행생존기간(PFS), 반응률(RR), 객관적반응률(ORR)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암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더 이상 암이 성장하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을 말한다. 종양의 크기 변화를 반영해 항암의 직접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고, 추가 치료로 인한 분석의 혼선을 배재할 수 있다.
미국 아리조나대 약학대학의 이보 아브라함 교수는 "환자들은 일정기간 암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며 "전체생존기간(OS)에만 중점을 둘 경우 무진행생존기간(PFS)이 많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OS가 통계학적으로 임상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무진행생존기간과 반응률 등이 좋다면 신약 허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항암제가 미국 시장에 최초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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