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가 제지산업을 넘어 소재산업에 진출한다. 종이 원료 펄프에서 추출한 소재인 '나노 셀룰로오스'를 10년간 연구·개발(R&D)한 끝에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한솔제지는 종이 수요가 줄고 있지만 펄프를 친환경 신소재로 개발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구상이다.
19일 한솔제지는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품 제조 전문기업인 티앤엘에 나노 셀룰로오스를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 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나노 셀룰로오스는 식물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 크기로 분해한 친환경 고분자 물질이다. 무게는 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나 세다. 가스나 오일의 침투를 막아주는 기능이 탁월하며, 내열성이 높아 전자통신(IT) 기기 소재나 자동차, 의료 분야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범위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나노 셀룰로오스 연구·개발을 시작한 한솔제지는 2013년 스웨덴 인벤시아와 공동으로 연구하며 개발을 본격화했다. 2014년부터는 제지 외 분야인 화장품, 분리막, 배리어 필름 등에 사용가능한 형태의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에는 고강도와 경량성을 특화한 복합소재 분야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전공장 내 설비를 구축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이로써 한솔제지는 제지산업 뿐 아니라 소재산업까지 진출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한솔제지가 티앤엘에 공급하는 나노 셀룰로오스는 수분산 폴리우레탄(PUD)에 사용된다. PUD는 주로 산업용 코팅이나 피혁 , 섬유 코팅 등에 사용되며 전세계적으로 연간 6.4%의 성장세를 보이는 유망산업 분야다. 티앤엘 관계자는 "기존 일부 무광 PUD 제품은 장기 보관 시 물에 침전되는 등 저장 안정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한솔제지가 개발한 나노 셀룰로오스는 이 같은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며 "나노 셀룰로오스는 식물에서 유래한 천연소재라는 점에서 환경 규제 트렌드에도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는 "이번 MOU 체결은 한솔제지가 제지산업을 넘어 소재산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나노 셀룰로오스는 향후 자동차 타이어나 부품 , 전지 분리막, 필름 분야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확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 한솔제지가 장기적으로 소재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나노 셀룰로스를 '4대 미래 신소재'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에 나섰으며, 특히 제지업체들을 중심으로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과 협업해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나노 셀룰로스를 적용한 경량·고강도 자동차를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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