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연구진이 동성애 경험이 있는 47만명의 유전체를 조사한 결과 동성애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과 하버드대, 영국 캠브릿지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영국과 미국에서 동성간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과 여성 47만 7522명의 유전체를 조사한 결과 동성애와 관련된 특이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동성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5개의 염기 변형이 발견됐는데 이 역시 동성애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9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영국바이오뱅크와 미국 23앤드미에서 보관 중인 유전체 중 동성간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말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선별해 분석했다. 영국바이오뱅크에서 40만 8995명, 23앤드미에서는 6만 8527명의 유전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동성애와 관련된 단일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대신 수천개의 유전자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유전자 변이 또한 동성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인간 세포의 핵 속 염색체에는 아데닌(A), 시토신(C), 티민(T), 구아닌(G) 등 4개의 염기가 끝없이 나열된 DNA가 존재한다. 이 DNA 중 특정 염기 서열이 RNA로 전사된 뒤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때 이 DNA 염기서열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자,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모두 특정 염기가 길게 나열된 상태를 뜻한다. 이같은 유전자는 수정을 통해 대를 이어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47만명의 동성애 경험이 있는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여러 DNA 염기 중 일부 돌연변이로 염기가 바뀐 '단일염기변형(SNP)'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5개의 유전자 변이가 동성애 행동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외에도 수천개의 유전적 변형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러한 변이들은 단지 작은 효과를 갖고 있을 뿐인 만큼 이같은 변이를 통해서 동성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연구단장(책임연구원)은 "논문은 염기서열의 변화, 그리고 그 조합이 동성애와 관련성은 있지만 작은 부분에 속하며 동성애를 지향하는 특정한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구성과를 토대로 객관적인 설명이 담긴 논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성애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유전학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라며 "사람이 갖고 있는 특정한 성향은 환경, 사회, 행동 등 수많은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멜린다 밀스 옥스퍼대드 교수는 사이언스에 투고한 글에서 "여전히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형 선고까지 하고 있다"며 "동성애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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