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는 하루 새 환율이 달러당 45.25페소에서 53페소가 되면서 페소화 가치가 17.13%급락했다. [출처 = 블룸버그 단말기] |
↑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 메르발 지수가 단 하루 만에 37.9% 추락했다. [출처 = 블룸버그 단말기] |
12일 오전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 결과(개표율 99.37%) 페르난도 전 총리가 47.35%를 얻어 마크리 현 대통령(32.33%)을 15%포인트(P) 넘는 성적으로 따돌렸다.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온건·실용주의를 지향하지만 러닝메이트인 영부인 출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재임 2007년12월~2015년12월)이 내세운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이른바 '키르치네리스모(Kirchnerismo)'를 대변하는 인물로 통한다. 키르치네리스모는 '에바 페론'으로 유명한 페로니스모(Peronismo)를 잇는 아르헨티나 특유의 포퓰리즘을 말한다.
↑ 보카 지구 한 건물에 `페로니즘의 도시`라는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사진 = 김인오 기자] |
12일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은 당장 패닉에 빠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를 대표하는 메르발 지수는 개장 직후 10% 이상 떨어지더니 낙폭을 키워 직전일(8월 9일) 마감 가격 대비 37.90% 추락한 27530.80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달러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가가 48% 하락한 셈이며 지난 70년간 전세계 94개 증시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이라고 분석했다.
↑ `좌파 포퓰리즘`의 부활 바람은 `IMF식 긴축 개혁에 따른 생활고`와 더불어 아르헨티나의 딜레마다. 마크리 대통령의 긴축 개혁에 생활고를 겪는 시민들이 주말이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인다. [사진 = 김인오 기자] |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11일 예비대선 승리 소감으로 마크리 정권을 겨냥해 "우리는 미친 정치는 하지 않겠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파히나도세가 이날 보도했다. 그는 이어 "할아버지·할머니들을 위한 연금과 건강권을 드높이고 은행으로 이익이 돌아가게하지 않게 할 것이며 공교육을 확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는 지난 해 8월 IMF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받아낸 마크리 정부가 나라 빚 줄이기 차원에서 공교육 보조금을 삭감하고 연금 개혁을 주장해온 것과 정면 배치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극단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에드워드 글로섭 캐피털이코노믹스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좌파 포퓰리즘이 돌아올 길을 닦은 것"이라면서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70페소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주식과 채권도 심각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마크리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반응을 언급하며 "이런 것이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보여주는 예시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10월 대선 의지를 재차 밝혔다고 현지 인포바에 등이 이날 전했다. 앞서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진보 연합 사무실에서 예비대선 승리 소감으로 마크리 정권을 겨냥해 "우리는 미친 통치는 하지 않겠다. 남들이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두 주자는 60세로 나이는 같지만 정치적 성향이 좌·우로 반대 노선에 서 있다. 좌파 진영으로 분류되는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삼고 대권에 도전해 마크리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인물이다. 페로니스모(Peronismo)에서 키르치네리스모(Kirchnerismo)로 이어지는 아르헨티나 특유의 포퓰리즘 계보를 이을 후보로 꼽힌다.
↑ 11일(현지시간) 예비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알베르토 페르난도 전 총리(와)와 참담한 패배를 당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우) [AP = 연합뉴스] |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해부터 부쩍 반(反)정부 시위가 빗발치고 포퓰리즘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5년 말 아르헨티나는 '경제난 타파'를 내건 친시장·우파 마크리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남미 일대 '핑크타이드(좌파 계열 정당 집권 물결)' 퇴조 본격 신호탄을 올렸지만 이제는 다시 좌회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신흥국 통화 위기'로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급락한 가운데 같은 해 9월 마크리 정부가 IMF로부터 570억 달러(약 69조2400억 여 원)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공공 보조금을 줄이는 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여파다.
지난 달 16일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이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55.8%올랐다. 1~6월 실업률은 10.1%에 이르러 2006년 이후 최고치다. INDEC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 국민 빈곤율은 32%에 이른다. 기본 생활도 하기 벅찬 가난한 사람들이 국민의 1/3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29일에는 전국 노동조합이 '反정부·反 IMF'를 외치며 총파업에 들어가 나라가 일시정지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의무 투표인 예비대선 '파소'는 대선 후보를 추리는 선거지만 대선 예고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IMF구제금융 이후 아르헨티나에서는 좌파 포퓰리즘(대중 인기에 연연하는 선심성 정책남발)이 정식 대선에서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날로 커지고 있다. 파소에서 1.5%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만이 10월 29일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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