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종의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임상 목표치 미달, 한미약품 비만·당뇨 치료 후보물질의 기술 반환에 이어 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제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신라젠은 미국의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간암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의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2일 공시했다. 임상 3상 중간에 유효성과 안전성을 미리 가늠해 임상을 계속할지 가늠하는 무용성 평가의 결과다.
펙사벡은 암세포를 터뜨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항암바이러스제제로 지난 2015년부터 600명의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2월 임상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임상 중단 권고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펙사벡의 임상 3상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신라젠의 주가는 이날 장 초반부터 전일 대비 1만3350원(29.97%) 내린 3만1200원으로 하한가에 머물고 있다.
신라젠에 이어 바이오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항암신약을 개발 중인 회사들의 주가가 부진하다. 이날 오전 11시 45분 현재 유틸렉스는 1600원(2.75%) 하락한 5만6500원에, 에이비엘바이오는 1000원(4.74%) 하락한 2만100원에, 압타바이오는 800원(4.23%) 하락한 1만8100원에, 제넥신은 2900원(4.91%) 하락한 5만62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와 코스닥 제약지수도 각각 전일 대비 1.23%와 1.22%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헬릭스미스와 오는 11월 임상 결과 발표가 예상되는 메지온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여서 호재가 나오더라도 바이오업종의 주가가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유한양행은 지난달 1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8억7000만달러를 받고 넘기기로 하는 기술수출 호재를 전했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일에는 주가가 전일 대비 2.86% 오른 25만1500원(종가 기준)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이튿날부터 내리막을 타며 같은달 31일 21만6500원까지 13.92% 하락했다.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소식에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차 치료제 인보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서류에 기재된 주요 성분이 뒤바뀐 게 지난 3월에서야 드러난 뒤 허가 취소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사태 ▲에이치엘비가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하기에 부족하다고 지난 6월 발표한 악재 등으로 투자심리가 짓눌린 상황이었기
브릿지바이오가 지난달 18일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수익의 절반을 받기로 돼 있는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도 오히려 흘러내렸다.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8일 4만865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전날 4만3800원까지 9.97% 하락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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