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의원과 전문연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이 1일 국회 정론과에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감축 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UNIST] |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2일 오후 4시, 중소·중견기업 CTO와 연구소장 등으로 구성된 기업 대표가 국방부를 방문해 산업계 전문연 축소 철회 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산기협을 중심으로 한 기업 대표들은 건의서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 국방력은 현역자원 중심의 군사력 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중소기업 육성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특히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전문연구요원은 거의 유일한 젊은 우수연구인력 공급 수단이며, 전문연 제도는 연간 4393명의 고용 및 1조3000억원의 생산유발 등 경제적 효과가 크므로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산업기술계 "전문연 축소 결사 반대"
이에 앞서 1일 오후에는 원영준 중소기업벤처부 성장정책지원관을 만나 산업계 전문연 축소 철회 협조 및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매년 2500명이 정원인 전문연 제도 규모를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국방부의 감축안이 각 부처에 통보된지 불과 하루만에 산업기술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소·중견 기업 입장에서 전문연 제도 감축은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산기협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64.7%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젊은 연구인력의 수는 해가 거듭될 수록 급격히 줄고 있다. 2012년 중소·중견기업 연구원 중 20대 연구원 비중은 15.5%에서 2017년 14.2%로, 30대 연구원은 52.7%에서 2017년 41.5%로 떨어졌다. 특히 기술혁신을 주도할 석·박사급 인력을 바라는 것은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 언감생심이다. 2018년 기준으로 중소기업 연구원 수는 19만 3724명인데 이중 석·박사 연구원은 4만 3003명으로 5%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20대 석박사 연구원은 2963명인데 이중 전문연이 2292명으로 전체의 77.4%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 임원은 "전문연 감축이 이뤄지면 중소기업에서 20대 석·박사 연구원은 씨가 마를 것"이라며 "이는 결국 한국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과정에서 국산 소재·부품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동진쎄미켐과 경인양행 등의 기업 역시 전문연을 활용해 R&D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연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벤처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을 비롯해 벤처기업은 석·박사급 연구인력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전문연 제도로 우수 인재를 단기간 쓸 수 있는데 이마저 사라지면 R&D 역량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R&D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문연 감축은 죽으라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한국의 유수 인력 상당수는 네이버를 비롯한 대기업으로 가는 만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같은 인력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공계 박사보다 산업계 정원 감축폭 커
산업기술계 내부에서는 국방부가 전문연 정원 2500명 중 배정된 1500명을 500~600명만 남기고 대폭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방부가 처음 전문연 폐지 계획을 밝혔을 때는 이번 안과 반대로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원 1000명을 2019년까지 0명으로 없애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반면 기업에 할당된 인원은 2022년까지 천천히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 만에 국방부는 이공계 박사과정 정원인 1000명은 유지하거나 소폭 축소하고 거꾸로 산업계에 배정된 인원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했다. 과기계 관계자는 "3년 전 박사과정 전문연 폐지 소식에 4대 과기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 학생들과 국회의원, 대학 교수, 과기 단체 등이 거센 반발을 했는데 국방부도 당황했을 정도"라며 "아마 이같은 반발에 감축 폭에 차이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산기협을 중심으로 한 산업기술계는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병극 캐리마 대표도 "전문연 제도는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축소 논의 과정에 기업의 의견은 배재되고 있다"며 "전문연구요원 축소가 중소벤처 기반 혁신성장을 내건 국정과제의 실패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산기협은 전문연 정원감축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정부에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김상길 산기협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2016년 산기협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90.4%가 전문연 축소 및 폐지에 반대했고, 제도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93.2%가 연구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받았다고 답한 바 있다"며 "청년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 연구소의 20대 연구원 비율은 14%까지 떨어진 상황인 만큼 그나마 산업계 전문연이 마지막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고급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부단한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인 전문연 축소·폐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기협은 6일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제도 성과와 발전 토론회'를 개최하고 전문연 제도와 관련된 기업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제도유지 필요성을 정부부처에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전국 대학·과학기술원 학생회로 구성된 전문연구요원 감축 대응 특별위원회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는 과학기술계와 소통이 전무했다"며 "지금 같은 불통의 방식으로 전문연구요원을 감축하면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가속하고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과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별위원회는 고려대·서울대·연세대·포항공대·한양대 등 전국 5개 대학 학생회와 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학생회, 국가연구소대학원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학생회로 이뤄졌다. 특별위원회는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주요 근거는 병역 자원의 감소인데, 매년 전체 입대 인원의 1%에 불과한 연구요원 2500명을 더 확보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장에 참석한 이상민 의원은 "(전문연 제도는) 군 복무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이행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병역 자원 감소는 심화되는데 전체 군 입대 인원의 1%에 불과한 전문연구요원 2500명을 더 확보하는 것은 절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국방부 축소 계획은 관련 부처와도 제대로 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번 사태에서 국방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학기술계, 특히 이공계 학생과 소통이 전무했다는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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