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지 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낮췄다. 최근 경제지표가 부진한데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맞물린 만큼 한은이 선제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본관 임시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보다 0.25%포인트 낮춘 연 1.50%로 통화정책을 운용키로 했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1월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날 한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 등이 금리 동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 긴장과 국내 경기 부진이 금리 인하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진데다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금리 인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남긴 바 있다.
정상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 역시 금리 인하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위원들은 통화정책이 아직 완화적이니 물가상승률이나 경제 지표가 반등하는 지 여부를 확인해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경제 지표와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동결을 주장했던 중립적인 위원들도 이번에 금리 인하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경제는 소비의 완만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12일 발간한 '2019년 7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4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 5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2%, 0.3% 각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감소는 기업의 투자→고용→소비→소득증가→투자확대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체계 조성에 악재로 작용한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수출도 시장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가격 조정에다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 영향이 맞물리며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하며 7개월 째 감소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시장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발표한 2.5%에서 하향조정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0.2%포인트 내린 2.4∼2.5%로 변경했다. 골드만삭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각각 2.1%, 2.0%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1.8%), 노무라금융투자(1.8%), ING그룹(1.5%) 등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 중후반대 수준으로 제시했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경기 등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지속 등이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달 초부터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점 또한 하방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달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예고한 것 또한 한은의 동반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중립금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다"며 "통화정책도 생각했던 것만큼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금리차에 의해 환율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인하를 선택할 확률은 적었지만 예상을 비켜갔다"며 "선제적 인하 자체가 과감한 선택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기인한 거시건정성 위협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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