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본` 시동 삼성·SK, 불화수소 테스트 돌입…관건은?

↑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한 다른 나라 기업 제품의 품질성능 테스트에 착수했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에서 새로운 재료를 시험할 때 사용하는 라인에 일본 외의 국가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불화수소 테스트에 들어갔다. 다만 아직 테스트 단계여서 생산공정에 최종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생산성 테스트 단계며 생산공정에 적용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테스트 기간을 짧게 잡아도 최소 2~3개월은 걸린다. 실제 라인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판가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일부터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특히 웨이퍼를 세척하거나 회로를 새기는 데 활용되는 불화수소 중 고순도인 에칭가스는 규제에 나선 3가지 소재 중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화수소 100%를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었다. D램 공정 등 저순도 불화수소는 일부 국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고순도 불화수소다. 최첨단·초정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99.99999% 순도의 불화수소가 요구되는데 해당 제품 대부분이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사실상 일본산이 아니면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도 한국에서 가공한 불화수소를 일부 쓰기도 했지만 문제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다"며 "순도 99.99999% 불화수소는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이 리드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도 대부분 이곳에서 조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납품할 수 있는 국내 업체들도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원료를 중국이나 대만 등의 화학기업에서 받아 고순도로 가공해 생산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외신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일본산이 아닌 고순도 불화수소를 반도체 제조공정에 활용하기 위한 품질 시험에 착수했다"며 "삼성전자 측에서는 조달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국·대만·중국 기업 제품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일본산 외의 제품 조달 여부를 판단하는 데엔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탈일본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중국 상하이증권보 인터넷판은 산둥성에 있는 화학사 빈화그룹이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로부터 전자제품 제조급 불화수소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빈화그룹 측과 계약을 맺은 한국 반도체 회사가 어느 곳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상하이증권보는 "빈화그룹은 한국 반도체사에 불화수소를 납품하기 위해 여러 차례의 샘플 테스트와 일부 실험을 진행하고 나서 한국 반도체 기업과 정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