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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합창 연주상을 수상한 에릭 휘태커. [사진 = EricWhitacre 홈페이지] |
Q 워싱턴 DC에서 인터뷰 수락 후 보름 동안 질문 준비를 하는 내내 당신의 작품들을 들었다. 심취할 수밖에 없었고 명상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워터 나이트'는 동양의 선(禪) 사상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선(禪) 사상에 대해 아는가?
A 대학교 시절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선(禪) 사상에 매료됐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인 옥타비오 파즈도 선(禪) 사상의 큰 옹호론자였어요. 저의 작품 중 '워터 나이트'를 언급하신 게 흥미롭네요. 그 곡의 형식에 선사상이 많이 접목되어있어요.
Q 2012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합창연주장 수상작인 'Light and Gold'는 청중에게 숨쉬는 방법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가?
A 이 곡을 만들면서 그 개념을 시(詩)를 넘어 곡 전체에 적용하고 싶었어요. 그 곡의 첫 두 마디에서는 코러스가 크레센도(점강음)로 네 박자 노래하고 그 다음 데크레센도(점약음)로 네 박자를 노래해요. 사실상 합창단이 청중에게 자신들도 모르게 호흡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지요. 청중이 그런 느낌을 느끼기를 원했어요, 어느 순간 숨이 차오 느낌을.
Q 최근 뉴욕 브루클린의 고와누스 운하 아래에서 '메이크 뮤직' 페스티벌의 일부로 '워터 나이트'를 공연했다고 들었다. 특히 서른 명의 보컬리스트가 카누 위에서 노래하는 것을 지휘한다고 듣고 놀랐다. 공연은 잘 마쳤는가?
A 메이크 뮤직 데이의 대사가 된 것이 저에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 날은 아마추어든 전문가든, 젊든 나이가 많든 전 세계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서 한 순간 모이게 됩니다. 브루클린의 고와누스 운하에서 몇십 개의 보트 위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은 정말 엄청나게 아름다웠어요. 저도 그곳에서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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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클린의 고와누스 운하에서 합창단이 에릭 휘태커의 `워터 나이트`를 부르는 모습. [사진 = Make Music 공식 홈페이지] |
Q 시(詩)가 에릭 휘태커씨의 음악에 미치는 강한 영향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시와 당신의 관계를 유혹하는 관계로 묘사한 적도 있는데, 당신을 가장 유혹한 시(詩)가 무엇인가?
A 옥타비오 파즈의 시(詩)를 많이 활용했어요. 그의 작품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소년과 한 소녀 (A Boy and a Girl) 는 너무나 애정 어리고, 섬세하고, 정교한 시입니다. 그 곡을 작곡 할 때 저는 조용히 앉아서 시(詩)에 숨겨진 음악을 찾으려고 했어요. 'Never kissing(키스를 영원히 하지 않다)'라는 가사를 음악적으로 그리는 네 마디가 제가 쓴 가장 진실한 음절이었어요.
Q 연주곡을 작곡할 때 자연으로부터 자주 영감을 받는다고 한 적 있다. 그 예시로 피보나치 수열과 곤충의 날개 구조를 얘기한 적도 있다. 그러한 연주곡 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또 그 곡을 만들 때 어떻게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는가?
A 깊은 마당 (딥 필드·Deep Field)가 저의 작품 중에 가장 자연으로부터, 특히 우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생각이 되네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나사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1990년 그들이 허블 망원경을 출범시켰을 때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가 기대했어요. 1995년 그 당시 프로젝트의 지휘관이었던 밥 윌리엄스는 허블 망원경을 하늘에 완전히 깜깜한 부분을 향하도록 했고, 이것은 큰 논란이 됐었죠. 망원경을 열흘 동안 열어두고 이미지를 받아와 처리했는데, 그 딥 필드 그림이 나온 것입니다. 그 그림 안에는 3000개의 물체가 있었고 (대부분은 은하였죠) 이것은 우리에게 우주의 어마어마함과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했어요. 이렇게 영감을 받아 딥 필드라는 곡을 쓰게 되었죠. 또한 피보나치 수열이 미시적 그리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곡에 함축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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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EricWhitacre 홈페이지] |
Q 번역을 도와준 물리학도 한국 청년 김순호의 질문이다. 최근 가상 합창단 작품 '딥 필드'에서 천문학과 물리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학창 시절 때 학교 과학, 수학 수업을 좋아했는가? 아니면 개인적인 독서 등으로 배운 것이 더 많은가?
A 미국 네바다주 북쪽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빛 공해가 없어 밤하늘이 완전히 맑습니다. 자연스레 아주 어린 나이부터 완전히 우주 광이었죠.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깊게 배웠어요. 저는 정말 수학과 과학에 끝없이 매료됩니다. 음악과 수학 사이에 근본적이고 무한한 관계가 있고, 그 안에 우주의 법칙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정말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죠.
Q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방문 펠로로 지낸 시간을 토대로 '더 리버 캠'이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는데, 이 작품을 '초자전적'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고, 에릭 휘태커씨의 경험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가?
A 2010년에 케임브릿지의 시드니 서섹스 칼리지 (Sidney Sussex College)에서 펠로로 한 학기를 지냈습니다. 그때 저는 매일 아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면서 캠강(River Cam)을 따라 걸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 강이 너무나 영적이고 마법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여러 계절을 걸쳐서 경험하니 더욱 그랬죠. 그 길을 걸으며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그러면서 멜로디가 저절로 머리에 떠올랐어요. 그때 마침 생일을 맞이한 줄리언 로이드 웨버에게 곡을 의뢰받았고, 그 두 아이디어가 합쳐져 새로운 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랄프 보간-윌리엄스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 풍성한 영국의 멜로디와 구성을 담으려고 했어요. 그 곡은 제가 많이 아끼는 케임브릿지 도시에 대한 애정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Q 가상 합창단은 처음에는 2009년에 185명이 참여한 실험적 작품에서 시작해서 가장 최근에는 120개국에서 8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지휘할 때는 지휘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프로젝트의 크기가 이렇게 커지면서 어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는가?
A 여러 개의 가상 합창단 프로젝트가 이렇게 거대해진 게 너무 놀라워요. 처음에는 가능할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그런데 가상 합창단원들이 저의 움직임과 퍼포먼스에 대한 지시에 잘 따라줬어요. 놀랍도록 너무 효과적이었어요. 가상 합창단을 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목표 중 하나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참가하도록 하여 종교, 인종, 나이의 경계를 넘어서 노래하는 커뮤니티 의식을 만들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같은 음높이와 박자만 지킨다면 그 국제적 가상 합창단을 걸친 모든 단원의 음악성이 전달되고 어울릴 수 밖에 없어요. 이 프로젝트의 성장에는 무언가 너무나 아름다운 의미가 있어요. 인간의 조건 중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상징한다고 봅니다. 바로 더 큰 무언가의 일부분이 되고 싶은 마음이죠. 물론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에요! 영상과 소리를 직접 맞춰야 하는데 충분히 그 들의 음악성이 전달되도록 잘 맞춰주는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이에요 -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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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개국 8000명이 함께 하는 가상합창단 [사진 = Youtube - Eric Whitacre`s Virtual Choir] |
Q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연주했고, 사우스 뱅크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등 다양한 청중을 위해 공연했다. 청중에 따라서 지휘나 연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가?
A 연주를 하는 것은 통합적인 경험이에요. 무대에서 청중으로 전달하는 것이 있듯이 청중의 에너지가 무대로 전달이 돼요. 예컨대 '성스러운 베일(The Sacred Veil)'을 지휘할 때, 이 곡은 삶과 사랑과 이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상당히 무겁지만, 또 전율이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모두가 각자 사랑하고 잃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그 감정을 함께 경험합니다. 가슴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경험이고 모두가 영적으로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더 직접적으로 행복감을 주는 연주회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곳곳의 최고의 전문 그리고 아마추어 음악가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열린 마음과 생각을 가진 청중과 함께 그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영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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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e Chapel에서 에릭 휘태커와 합창단, [사진 = EricWhitacre 홈페이지] |
Q 가상 합창단 아이디어가 브리틀린 로제라는 여성이 만든 동영상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A 처음에는 소박한 실험으로 시작했어요. 브리틀린씨가 자신이 '슬립(Sleep)' 의 소프라노 파트를 부르는 팬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제가 보게 됐어요. 그 영상의 아름다움, 친밀함, 그리고 에너지가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는데, 같은 방식으로 약 25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그가 한 것처럼 모든 보컬 파트에 걸쳐 음높이와 박자를 맞춰 각자 영상을 만든다면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질 거라는 아이디어였죠. 결과적으로 가능했고요! 저는 스튜디오로 가서 조용히 룩스 오룸크(Lux Aurumque)를 지휘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려 누구나 보고 저를 따라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 반응은 압도적이었어요. 185명의 사람이 12개국에서 노래하는 것을 녹화했고, 그들이 모여 첫 가상 합창단이 만들어졌어요. 그 후로 계속돼 이제는 다섯 번째 가상 합창단에 120개국 이상, 8000명이 넘는 목소리가 참여하고 있어요. 너무나도 놀라운 일입니다!
Q 영국 합창단에 대해서, 특히 여성에 대해 선명하고 낙원과도 같은 음색을 가졌다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영국 합창 가수들이 악보를 보는 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국 가수들이 남다른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A 틀림없이 영국 합창단들은 제가 좋아하는 명료하고 순수한 소리가 있고 음악을 빠르게 읽고 배우는 능력은 놀라워요. 제가 런던과 케임브릿지에서 5년 동안 생활하면서 직접 합창단을 만들기도 했어요. 영국 합창단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미국 합창단도 그들만의 놀라운 특성이 있어서 그들도 좋아해요. 또한 러시아 합창단, 벨기에 합창단, 한국 합창단 등 각 나라는 모두 그들만의 소리와 문화적인 특성이 있어 모두가 똑같이 아름다워요.
Q 2015년 옥스퍼드 컬쳐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5년 동안 영국에서 살다가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준비하면서 과도기적인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다시 뿌리를 찾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A 저는 영국에서 사는 것이 여러 이유로 정말 좋았습니다. 예술적인 면에서도 제 영혼에 많은 자양분을 공급해 줬고요. 하지만 저는 네바다에서 태어났고 뼛속부터 캘리포니아 사람이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 좋습니다.
Q 바흐의 곡에서 볼 수 있는 4부 5부 대위법에 대해서 믿기 힘든 천재성이 보인다고 했다. 언젠가 에릭 휘태커씨도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가?
A 바흐는 분명히 천재예요. 앞으로도 감히 저의 작품을 그의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Q 에릭 휘태커라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은 점이 음악을 만들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버지 휘태커로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A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살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죠. 자식에 대한 사랑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이고, 작은 생명을 아끼고 키우는 것은 아주 귀한 특권이에요. 아름다운 일이며 어렵고 많은 관심을 요구하면서 재미있고 보람찹니다.
Q 영국 밴드 디패치 모드의 다섯 번째 멤버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렇게 느끼는가?
A 디패치 모드의 멤버가 되는 것은 영원한 나의 꿈입니다.
Q 남북한은 아직 종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TED강연때의 공연형식으로 라이브 가상합창단 연주를 듣고 싶다. 가능한가?
A 실시간 가상 합창단 공연을 할 기술은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인터넷 속도가 많이 빨라졌지만 딜레이가 일초의 반만 있어도 가수에게는 상당히 문제가 되죠. 그렇게는 아름다운 합창단 소리를 내기 힘들어요! 실시간 가상 합창단 공연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찾아진 후에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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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강연장에서 에릭 휘테커. [사진 = EricWhitacre 홈페이지] |
지난 5월 워싱턴D.C.를 방문에 앞서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를 위해 사전 메일을 보내고, 오프라 윈프리의 기조연설 직전 무대에 오른 토니 빙햄 ATD 회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직접 전달했으나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오프라 윈프리가 떠나버려 인터뷰가 무산됐던 Washington, D.C. Walter. E. Washington convention center 현장에서 3일차 기조연설자인 에릭 휘태커를 우연히 만났다. 인사를 나누며 즉석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기꺼이 수락해줘 오프라 윈프리의 변수에 실망감을 가졌던 순간의 기분을 전환해 줬다.
삶에서 변수는 우리 앞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곤 하지만 기회도 함께 오는 것임을 또 한 번 경험하게 해줬다. 창의와 연결, 그리고 기술을 더해 합창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에릭 휘태커를 만나게 된 워싱턴 D.C.의 일정이 오래 기억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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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shinton, D.C. Walter E. Washington convention center & Marriott Marquis에서 에릭 휘태커와 배양숙 서울인문포럼 이사장. [사진 = 배양숙] |
[배양숙 서울인문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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