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7월 금리인하 어려울 듯…`금융안정`에 방점찍은 매파 고승범

고승범 금통위원이 여러 해외 석학들의 발언을 인용해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매(긴축 선호)'의 날개를 폈다. 3일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다.
시장은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누가 추가적으로 금리인하 의견을 낼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조동철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낸 데 이어 신인석 위원이 지난 5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사실상 인하의견을 예고하면서 한 명만 더 모이면 인하의견이 반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임지원 위원은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인데다, 이일형 위원에 이어 고승범 위원도 '매파'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7월 금리 인하는 어려울 전망이다.
고 위원은 최근 '2019 한은(BOK)국제컨퍼런스'를 찾은 라인하르트 하버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국가든 개인이든 은행이든 간에 부채누적을 통한 과도한 외부 자본의 유입은 금융위기로 연결된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IMF를 인용해 "가계부채/GDP 비율이 65%이상일 경우 은행위기 발생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가계부채 증가가 지나칠 경우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은행위기의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는 100%에 육박한 상태다.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태라는 얘기다. 최근의 가계부채 둔화 추세에 대해서도 고 위원은 "성장률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계부채 정도를)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할지를 생각해봐야한다"며 "가계부채는 비만관리와 같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조동철 위원과는 대립각을 세웠다. 조 위원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저물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통화정책의 제 1목표가 물가안정임을 강조하면서 금리인하 논리를 내세웠었다. 고 위원은 "2016년 말 금통위에서 '통화신용정책 운영의 일반 원칙'을 만들어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도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와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에 대해 명확히 언급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안정도 통화정책의 목표임을 강조 한 것이다.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비둘기'와 가계부채와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매'의 입장차가 다시한번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러면서도 고 위원은 "7월로 하반기가 시작했는데 산업활동동향, 물가, 수출입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며 "그런 부분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적절한 정책을 적절한 타이밍에 해야 한다"고 문을 열어뒀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입장 변화가 있으려면 적어도 2분기 GDP성장률이 발표되는 7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