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네에서 가장 자전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알고 싶어요. 조심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공무원은 해당 데이터 공개를 꺼려합니다.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면 인사고과에 악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하는거죠. 부정적인 면을 숨기겠다는 공무원의 관행이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오픈넷 강정수 박사)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서 열린 '정부혁신 제안 해커톤(끝장 토론)'. 약 200여명의 시민들이 오전 9시부터 장장 12시간 동안 정부가 어떻게 혁신해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 이번 자리에서는 정부혁신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패널로 나선 권오현 민주주의서울 총괄기획자는 "공문서를 만들 때 양식을 지키라는 공무원들이 많은데 규정을 잘 지키라고 독려하는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AI)이 공무원보다 더 잘할 것"이라며 "공무원은 앞으로 공공재, 사회적 가치에 대한 어젠더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실험을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자로 나선 고한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역시 "정부가 빅데이터를 강조하는데 문제의식 없이 모은 데이터는 의미가 없다"며 "어떤 과제를 해결할지를 정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의 경우 불법개조로 인한 화재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고, 재산세 체납여부, 부동산 담보대출 상환연체 여부 등이 불법개조를 부추기는 요인이란 것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수동적으로 윗 사람이 시키는 공무원상에서 벗어나, 어떤 사회적 과제를 해결할지를 두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전무는 "어떤 행사를 하면 구글코리아는 항상 이를 책임지는 사람을 설정해놓는다"며 실무자에게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패널 강연자들의 지적에 대해 시민들 대다수는 "해커톤 행사만 뚝 하고
자리를 지킨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이번 토론을 통해 너무 많이 배워간다"며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하는 해커톤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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