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개편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내놓으면서 공은 한국전력으로 넘어갔습니다.
전기요금 개편안은 한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 인가를 받고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한전이 3천억원에 가까운 재정 부담을 짊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됩니다.
오늘(19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을 토대로 전기요금 공급 약관을 개정하고 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합니다.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은 기존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되 냉방기기 등 전기소비가 많은 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안입니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합니다.
1안을 적용하면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려 사용량 300kWh까지 1kWh당 93.3원을 매깁니다. 2구간은 301∼450kWh, 3구간은 450kWh 초과로 조정됩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특별 시행한 여름철 한시할인 방식과 동일하되 2단계 상한선을 500kWh에서 450kWh로 낮췄습니다.
TF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2018년 기준 1천 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 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총 할인추정액은 지난해 기준 2천 874억원, 기온이 평년 수준이었던 2017년 기준 2천 536억원입니다.
문제는 2천억∼3천억원에 달하는 할인분을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입니다.
정부는 일단 한전이 부담하되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일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부담할 예정"이라며, "국회 동의를 얻어 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한시 할인 때는 한전이 약 3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지난해도 한전에 대한 지원 방안을 추진하긴 했으나 해당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한적은 올해 1분기 역대 최악이 실적을 내면서 더는 재정적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전 관계자는 "개편안 자체는 국민 부담을 경감하지만 한전 영업이익에는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며, "재무환경과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지는 것에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개편안이 의결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한전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개편안을 이사회가 의결한다면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에 최근 한전은 이사회가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습니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경우 승소 가능성과 이를 임원 배상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도 질의했습니다.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와 TF에서 정한 최종 권고안을 부결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이를 의결했을 때의 후폭풍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약관 개정 등의 작업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상시로 시행될 제도인 만큼 한전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할인액의 일정 부분은 지원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특례로 한 번만 했지만 이번에는 한전의 요금표가 바뀌는 일인 만큼 관계부처와 협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원 방안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한전에서 정부에 인가를 요청하면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 및 인가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요금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처리할 계획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