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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쓰이는 업(業)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업의 특성을 모르면 결국 그 데이터는 버려지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업은 바로 유통업. 유통업에서 통계를 다루는 그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 소비자들의 '쇼핑 여정'을 그리고 있다. 롯데멤버스의 황윤희(44·사진) 상무다.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 부문을 총괄하는 황 상무는 최근 빅 데이터 서비스 포털인 '딥 비전(deep vision)'을 오픈했다. 인덱스 데이터 제공부터 활용 리포트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엘포인트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착한 빅 데이터'다. 황 상무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롯데 유통 계열사가 막강하잖아요. 백화점부터 마트, 슈퍼, 홈쇼핑, 편의점은 물론 시네마, 호텔, 식음료 등 다수의 계열사에서 소비자들이 쌓아준 데이터인만큼 그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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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멤버스는 쇼핑과 외식, 레저, 제조, 문화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한 제휴사와 가맹점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시 적립되는 엘포인트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쌓인 데이터는 고객에게 맞춤형 쇼핑 혜택을 제공하고 제휴사에 최적의 마케팅 방안을 제시하는데 활용된다. 엘포인트 및 엘페이 회원이 곧 롯데멤버스의 힘이자 '살아있는 데이터'의 원천이다.
"딥 비전을 통해 중소상공인들에게 특히 도움을 주고 싶어요. 소비트렌드 파악은 기본이고요. 가령 물가지수가 낮다면, 비싼 상품은 팔리지 않을테니 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거나 가성비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울수 있게 말이에요."
현재 딥비전 사이트에서는 엘포인트 소비지수부터 상품물가지수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특히 엘포인트 인사이트를 통해 3900만 엘포인트 회원 및 엘페이 이용 현황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소비트렌드 예측이 가능하다.
공짜라고 해서 데이터의 질이 그저 그럴 것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계없이 '하나의 소비자'로서 정보를 파악하고 소비 패턴을 추적 관찰 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롯데멤버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롯데멤버스가 발표하는 민간 빅데이터에 주목해 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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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멤버스가 보유한 데이터의 우수성과 탁월한 분석력은 곧 유통사의 매출로 나타난다. 롯데멤버스가 빅 데이터로 파악한 소비자 패턴을 바탕으로 카테고리 상품을 추천하면 온라인몰의 클릭율은 더 높아지고, 수십억의 매출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고 황 상무는 말했다.
롯데멤버스는 최근 중소상공인들에게 살아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와 '우리동네 쇼핑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에서 잘 팔리는 음식이나 상품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 중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착한 빅 데이터' 사업의 일환이다.
개발 중인 '소비등급'도 마찬가지다. 소비등급이란 엘포인트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신용평가 보조지표를 말한다. 5~7급처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롯데멤버스가 만든 소비등급에 따라 금리나 대출 한도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롯데멤버스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과 별개로 금융사와 손잡고 소비등급 활용을 위한 업무 제휴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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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및 롯데 제휴사에서 쇼핑을 많이 할수록 금리는 더 싸게, 대출 한도는 더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수중에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등을 신용카드로 사는 '페이크 머니(fake money)족’은 소비등급에서도 철저히 배제된다. 장기간 고객의 소비 패턴을 추적 관찰하므로 얼마든지 대출채권의 부도율을 높이는 고객은 걸러낼 수 있다고 황 상무는 말했다.
동고동락하는 35명 직원들의 사진을 집무실 벽 한쪽에 모두 붙여 놓은 황 상무는 인터뷰 내내 다양한 숫자를 언급했다. 그리고 숫자가 지닌 묘한 힘을 롯데 직원들과 또 소비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소비자들이 돈을 더 쓰게 하자는 게 아니에요. 소비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위해 롯데의 빅 데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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