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롱패딩이 수익성 좋은 효자 상품에서 천덕꾸러기 불효자 상품으로 전락했다.
생산 과다로 재고가 넘쳐나면서 '마이다스(미다스) 손'에서 '마이너스 손'이 됐기 때문이다. 비교적 온화한 겨울 날씨 탓도 있지만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장밋빛 전망만으로 대량 생산한 대가다.
17일 온라인 쇼핑몰을 살펴보면 지난해 출시된 롱패딩 중 일부 제품을 반값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 블랙야크가 지난해 FW(가을·겨울)시즌에 출시한 42만원 정가의 롱패딩은 정가의 3분의1 수준인 16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
아이더가 지난해 46만9000원에 내놓은 롱패딩은 58% 저렴한 20만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카드사 추가 할인 등을 더하면 18만원대 초반에도 살 수 있다.
K2가 39만9000원에 선보인 롱패딩은 반값 이하인 18만원대에 가질 수 있다. 네파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역시즌 할인전을 이용하면 지난해 롱패딩 제품을 반값인 22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제 때 팔지 못한 재고 상품은 가격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아직 올해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지 않는 시점에서 반값 이하로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롱패딩 같은 FW 제품이 아웃도어 브랜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할 정도로 큰 상황에서 큰 폭의 할인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지난 겨울 제값 주고 산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도 커질 수 있다. 이는 브랜드·가격 신뢰도를 떨어진다.
여기에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도 아웃도어 브랜드에 악재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원을 기록한 뒤 2015년 6조8000억원, 2016년 6조원, 2017년 4조7500억원으로 줄었다.
물불 가리기 어려워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에 신제품 경쟁보단 할인율을 높이고 반복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재고 처리 문제에 더 몰두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은 재고자산회전율(Inventory Turnover Ratio)로도 파악할 수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연간 매출액을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재고자산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일정한 표준 비율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으면 자본수익율이 높아지고, 매입채무가 감소하며, 상품의 재고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으면 매출액 대비 과다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이럴 경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도 공시 기준으로 매출 상위 7대 아웃도어 브랜드(개별 실적 미공개 브랜드 제외)인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네파, K2, 아이더, 밀레, 레드페이스의 재고자산회전율을 살펴보면 노스페이스(법인명 영원아웃도어)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은 1.7~2.8회의 저조한 재고자산회전율을 기록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이 각각 1.7회에 불과한 K2와 밀레의 경우 노스페이스(5.0회)보다 재고자산을 당좌자산으로 전환하는데 3배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최근 아웃도어 업계 특성 상 리오더가 아닌 선기획 시스템으로 대규모 물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3.5~4회의 회전율로도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는 것을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미비한 수치에 해당한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드마다 재고자산회전율을 산정하는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고 기업별로 상황이 다르기에 절대적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이 줄어들면 영업이익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할인 경쟁을 펼쳤으나 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늘어났다"며 "재고 처리를 위해 반복되는 할인은 재고자산회전율을 더 낮출 뿐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시킨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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