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매머드급 글로벌 1위 조선업체로 도약하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오늘(31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이 결의됨에 따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구조를 갖추게 됐습니다. 다만, 대우조선 실사 마무리하고 국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등 아직 갈 길이 짧지는 않습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지면 수주 점유율 20%가 넘는 초대형 조선업체가 등장합니다. 수주전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국내 업체간 출혈수주가 사라지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완전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분리
오늘 주총에서 분할계획서가 승인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완전자회사인 '현대중공업'(분할 신설회사)으로 나뉩니다.
분할방식은 존속법인이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상장법인을 유지하고 신설회사는 비상장법인이 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한국조선해양 아래에 현대중공업(신설)과 기존의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개사가 놓이는 구조로 바뀝니다.
아울러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절차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 간 주식교환, 유상증자 등을 거쳐 대우조선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됩니다.
다만, 기업결합이 승인되지 않아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이날 승인된 회사분할은 유효합니다.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의 사업 부문으로 구성되며 본사는 울산에 둡니다.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한 기술중심회사로 운영됩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울산 지역사회의 '본사 이전' 반발에 대해 울산에 남는 현대중공업은 생산 뿐만아니라 영업과 설계 등 기존의 본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서울사무소와 중앙기술원(성남)에 있는 인력 500여명으로 구성되며 울산에는 총인원 1만4천여명이 근무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회사 측은 노조 등이 제기한 부채 7조원을 떠넘긴다는 주장에 대해 분할 관련 법률에 따라 사업 관련성이 있는 부채를 각각 승계하는 것이며 부채 가운데 3조1천억원은 선수금과 충당부채로 재무구조 악화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분할 전 7조2천215억원인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천639억원, 현대중공업에는 7조576억원으로 각각 승계됩니다. 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자본은 6조1천79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0% 수준입니다.
앞서 노조는 단체협약 승계 보장이 없다는 반발에 한영석·가삼현 대표이사는 21일 담화문을 내고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 안정을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1위 현중· 2위 대우조선 결합하면 압도적 톱 '매머드 조선소'
현대중공업은 이번 물적분할로 초대형 글로벌 조선업체로 도약에 한 단계 가까워졌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1월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데 이어 3월 8일엔 본계약을 했습니다.
양사 계약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번 물적분할로 신설된 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됩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6%)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의 보통주 약 7%(609만9천569주)와 우선주 911만8천231주(1조2천500억원 어치)를 받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가해 1조2천500억원을 투입하고 한국조선해양은 다시 대우조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천억원을 넣습니다. 대우조선은 이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합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 실사를 통한 인수가치 확정과 국내외 기업결합심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4월 초부터 대우조선 실사를 시작했는데 아직 현장실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6월 둘째 주까지 실사를 마무리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업결합심사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을 통과해야 합니다. 초거대 조선사의 탄생이 독점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승인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노조 반발 등도 변수입니다. 당장 이번에 장소를 옮겨서 주총을 개최한 것을 두고 금속노조에서는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난제를 넘어 모든 절차를 매듭지으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 조선 관련 계열사를 거느린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납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수주잔량을 합하면 작년 말 기준으로 1천698만9천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이고 점유율은 21.2%에 달합니다.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1천114만5천CGT·점유율 13.9%)과 2위 대우조선(584만4천CGT·7.3%)이 결합한 결과입니다.
도크(선박을 건조하는 대형 수조) 수만 놓고 봐도 현대중공업(
이 밖에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종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 저가수주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국내 3사의 출혈 수주가 사라지면 수익성이 개선 효과가 예상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