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비스아카데미에서 진행된 '채용드림' 면접장 입구 모습 |
지난 26일 롯데호텔 입사 면접을 위한 출입문에 붙여놓은 문구다. 구직자들에게 면접 장소를 알리기 위해 크게 써놓은 출입문이란 글자 앞에는 '합격으로 가는'이란 조그만한 글씨도 적혀 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빽빽히 적어온 자기소개서 등의 내용을 보느라 여념이 없던 구직자들은 그 (합격으로 가는) 출입문 앞에서야 잠시 웃어 보였다.
이날 면접은 롯데호텔이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준비한 '채용드림'의 일환으로 진행이 됐다. 채용드림은 호텔리어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 롯데호텔 인사담당자와 모의면접을 보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롯데호텔의 서비스아카데미에서 비즈니스 매너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용 전문가와 일대일 구직 상담도 가능하다.
특히 모의면접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구직자는 신입 인턴 채용은 물론 롯데호텔뉴욕, 모스크바, 하노이 등 해외 체인호텔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연계되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롯데호텔은 각 호텔 별로 이뤄지던 인턴 채용 과정을 한데 묶어 인재풀(POOL)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채용드림을 도입했다.
성인경 롯데호텔 인사담당자는 "올해 채용드림에는 2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며 "그 중 서류전형을 통해 약 70명이 모의면접 기회를 가지게 됐는데 면접 점수가 우수한 이들에겐 롯데호텔 인턴이 되는 기회가 생기는 만큼 분위기는 실전처럼 치열하다"고 말했다.
모의면접은 면접관 2명이 구직자 1명을 대상으로 호텔리어로서의 역량을 평가한다. 면접은 약 20분간 이뤄진다. 그리고 5분간 구직자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당일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인사 전문가를 통해 구직자는 면접 스타일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다. 호텔 관련 직종을 꿈꾸는 취준생들이 몰리는 채용드림의 인사담당자를 통해 호텔 합격문으로 들어가는 '꿀팁'에 대해 들어봤다.
↑ 롯데 시그니엘서울 전경 [사진제공 = 롯데호텔] |
이날 모의면접에서는 구직자의 직무역량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능력, 조직적응력, 윤리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STAR'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즉 S(situation·상황)-T(task·과제나 어려움)-A(action·행동)-R(result·결과나 의미)에 관해 물어보는 것이다.
성인경 인사담당자는 "구직자에게 그 동안 맞딱뜨린 어려운 상황이나 과제에 관해 묻고,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들어본다"며 "그러한 행동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의미까지 잘 설명하는 구직자들은 호감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 구직자들의 대답은 꼭 거창한 경험에서 나올 필요는 없다. 대학생활 팀프로젝트(줄여서 '팀플')나 동아리 및 아르바이트 경험에 관한 질문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호텔 직무와 관계된 구직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어떠한 경험이 됐든지 간에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얼마나 값진 일이 됐는지 자신있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 대답은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
◆ 부모 직업·경제적 능력 은근슬쩍 밝히는 취준생은 오히려 감점
'거짓 자소서'는 역량면접에서 질문을 몇 번만 해보면 금방 들통이 나게 돼 있다. 1인당 20분이나 질문을 하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묻는 질문을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체득한 경험이 아닐 경우, 구직자들은 말에 말을 덧붙이며 장황해진다. 예리한 면접관의 질문에 쩔쩔매거나, 대답을 아예 못하기도 한다. 거짓 자소서가 들통나는 순간이다.
성인경 인사 담당자는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자기소개서를 다 읽어보기 때문에 구직자마다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면접에 들어간다"며 "이미 자소서에서부터 지원자가 다른 호텔 지원서를 단순히 복사해 붙였는지 티가 나며 거꾸로 우리 호텔에 대한 취업 열정을 가진 구직자라면 한 눈에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근 구직자들 사이에선 자소서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적 능력을 보여주는 소개를 넣기도 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지원서에 부모 직업이나 학력 등을 없애자 나타난 현상이다. 은근슬쩍이라도 구직자가 자신의 부모에 대한 직업 및 경제적 능력을 언급하는 것은 서류전형에서 이른바 빛과 같은 속도로 탈락하는 '광탈'을 부르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구직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 롯데호텔 서비스 아카데미 [사진제공 = 롯데호텔] |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지만, 그 날 하필 지각하는 구직자가 꼭 있다. 지각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해해 보겠는데 면접장에 들어 오면서 한 손에 휴대전화가 쥐어져 있다. 면접 보는 내내 시선은 딴 데로 향해 있고 동문서답만 한다. 빛과 같은 속도로 탈락이다.
이날 채용드림의 면접을 맡은 롯데호텔 면접관은 "면접자리에 지각을 하거나 심지어 호텔명을 착각하는 면접자가 간혹 있다"며 "회사 정보가 부족한 것은 그만큼 성의가 부족한 것으로 이해되고, 자신감없는 태도에 면접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 산만형이라면 어떤 회사에서든지 신입으로 뽑지 않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봉은요? 근무시간은요?"… 면접관을 면접하는 듯한 태도는 피해야
면접관들은 면접 말미에 구직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혹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말이다. 그럴 때 요즘 구직자들은 거리낌없이 면접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연봉부터 근무시간은 물론 "워라밸은 가능한가요?" ,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죠?" 등 다양하다.
면접관들은 가급적 구직자들이 묻는 질문에 답을 해주려고 한다. 구직난 못지 않게 제대로 된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운 '구인난'을 겪으고 있어서다. 하지만 면접관을 면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구직자들로 인해 당혹스러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롯데호텔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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