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렉서스] |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만든 엔트리 SUV인 UX를 시승한 뒤 머리에 맴돈 말이다. '국화와 칼'은 미국인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쓴 일본 연구서로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과 함께 일본 문화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으로 손꼽힌다.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또는 일본인)의 두 가지 극단적인 특징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해석에 따라 국화는 평화, 예술, 예의를 의미하고 칼은 전쟁, 냉정, 단호함, 책임 등을 뜻한다.
UX 첫 인상은 '칼'이다. 조각칼로 날카롭게 새긴 것 같은 '선'과 '면'이 차 전체에 공격성과 함께 볼륨감을 부여한다. 렉서스의 상징으로 폭이 넓은 모래시계를 닮은 스핀들 그릴은 한층 정교해지고 강렬해졌다.
LED 헤드램프에는 렉서스 이니셜인 'L'자 주간주행등이 날카롭게 새겨져있다. 낚시 바늘이나 창처럼 공격적인 이미지다. 형님격인 NX·RX 모델에는 헤드램프에 아래 위치했지만 UX에서는 헤드램프 사이로 들어왔다. 헤드램프 아래에는 세로로 긴 'L'자형 에어벤트가 송곳니처럼 배치됐다.
차체 측면은 폭이 좁은 역삼각형 사이드 도어 캐릭터라인이 차체 뒤쪽에서 앞쪽으로 내리 꽂는 모습으로 새겨져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에어로 스테빌라이징 블레이드 라이트를 적용한 리어 램프는 차체를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들고 안정감도 부여하는 가로 바 형태로 연결됐다. F1(포뮬러원) 레이싱카 리어 윙에서 영감을 받은 장치로 리어 스포일러를 보조해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킨다.
일본 사무라이 투구 위에 부착된 '가로가 긴 U자 장식'과 닮았다. 서울모터쇼에 전시한 콘셉트카 LF-1 리미트리스에도 비슷한 형태의 에어로 스테빌라이징 블레이드 라이트가 들어갔다.
크기는 작다. 전장x전폭x전고는 4495x1840x1520mm이다. UX 이전에 렉서스 엔트리 SUV 역할을 담당했던 NX(4640x1869x1646mm)보다 작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UX가 2640mm, NX가 2659mm다. 쌍용 티볼리는 크기가 4205x1795x1590mm이고 휠베이스가 2600mm다.
↑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
미니멀리즘은 필요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하는 것을 가능한 빨리 찾을 수 있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작은 차체의 UX 실내도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스티어링휠(핸들) 뒤쪽에는 만화영화 주인공 슈렉의 귀를 닮은 원통형의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이 배치됐다. 운전 중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전방을 주시한 채로 쉽고 빠르게 스포츠·노말·에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도 오른손으로 쉽게 찾아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센터페시아 중앙에 일렬로 배치됐다. 피아노 건반이나 DVD 사각 버튼 형태로 디자인돼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다.
운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시트 포지션과 보닛은 낮아졌다. 또 10.3인치 디스플레이는 대시모드 위로 올라오지 않고 평행하게 탑재돼 운전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와이퍼도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아 시야가 더 깨끗해졌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아날로그시계는 센터페시아 중앙이 아닌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탑재됐다. 오디오 조작 장치도 센터콘솔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전 시야 확보를 위해 낮아진 대시보드 때문에 줄어든 센터페시아 공간 활용성과 작동 편의성을 모두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오디오 조작 장치 바로 앞에는 PC용 마우스처럼 사용하는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손끝으로 움직이면서 맵이나 메뉴를 활용할 수 있다. 터치 감도는 우수하다. 다른 렉서스 차량에 사용된 리모트 터치 컨트롤보다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투리 공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좁은 공간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을 마련했다.
뒷좌석은 좁다. 뒷좌석에 성인이 앉으면 무릎 앞에는 주먹 하나 들어갈 공간만 남는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진 않다. 공간이 부족한 콤팩트 SUV인데다 20~30대 미혼이나 핵가족을 타깃으로 삼아 앞좌석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대신 60대40 분리형 리어 폴딩 시트를 채택해 실내에서 트렁크로 짐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AWD 모델에는 발동작으로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트렁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 [자료제공 = 렉서스] |
운전석에 앉으면 힙 포인트가 낮아 세단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운전 시야는 낮은 보닛 때문에 넓다. 강성을 높이고 중심을 낮춘 GA-C 플랫폼을 적용한 효과다. 앞좌석은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렉서스 플래그십 세단 LS에 도입한 상하 2분할 시트를 채택해서다.
렉서스 하이브리드카답게 UX는 에코·컴포트 모드에서 부드럽게 움직인다. 정숙하고 진동도 잘 흡수해 운전 스트레스가 없이 편안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중저음의 엔진 소리가 울려퍼진다.
가속페달 응답성은 기존 렉서스 하이브리드카보다 빨라졌다. 엔진회전수만 올라가고 가속감을 떨어졌던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시원하게 달린다. 1.6ℓ 가솔린 엔진이면 충분하게 여길 작은 차체에 2.0ℓ 엔진을 장착,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는다.
차체가 작은 만큼 회전반경도 작다. 좁은 곡선구간이나 골목길에서 민첩하면서도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저중심 GA-C 플랫폼에 에어로 블레이드, 리어 스포일러, 공기 흐름을 감안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 등이 어우러져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킨 결과다.
폭발적인 힘을 내뿜지는 않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주행감을 지녔다. '소프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안전성도 우수하다. 사고예방에 효과적인 네 가지 안전예방 기술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PCS, 차선 추적 어시스트 LT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DRCC, 오토매틱 하이빔 AHB)와 10개의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다. AWD에는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 후측방 경고 기능도 채택했다. UX 경쟁상대는 BMW X1, 메르세데스-벤츠 GLA, 아우디 Q3, 볼보 XC4
렉서스는 UX를 '이기적인 하이브리드'라고 정의한다.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힘도 체구보다 훨씬 센 '작은 거인'이기 때문이다. UX는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가 일본 문화의 특징인 '미니멀리즘'을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한 프리미엄 콤팩트 SUV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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