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 57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로비 모습. |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의결했다.
이날 안건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포함돼 있었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찬성 64.09%, 반대 35.91%로, 지분 2.6%포인트가 부족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주주 손에 물러나는 첫 그룹 총수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표이사가 되려면 주총에서 사내이사가 돼야 하는 만큼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지난 1999년 아버지인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여 년만이다.
대한항공은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총 직후 대한항공은 "아직 입장 발표 계획은 없다"며 "주총 직전에 표결을 마쳐 회사 측도 결과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총수의 이사 연임 부결 소식을 대한항공 직원은 "전일 늦은 저녁에 국민연금이 이사 연임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설마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면서도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조 회장의 경영공백을 우려하면서도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날 뿐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을 포함해 지분을 대량으로 갖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정착과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위해 조 회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이사직 연임에 실패한 것일 뿐 한진칼 등을 통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IATA는 항공업계의 UN총회로 불리는 대형 이벤트로, 한국에선 처음 열린다.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총회 의장은 주관항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일반적으로 맡지만, 이번 주총 결과로 의장에 누가 오를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현재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이 조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직에 올라있다.
업계 반응은 나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점은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반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국민들이 주인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힘을 합쳐 대한항공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은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단 측면에서 시장은 반색했다.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은 2.47% 오른 3만3200원에, 한진칼은 0.39% 상승한 2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 역시 1.92% 오른 3만7100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 거취와 향후 경영 방향 등을 충분히 논의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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