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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촬영 = 권진욱] |
"마세라티 모델은 타보면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마세라티의 레이싱 역사를 알려드리면 처음엔 불편함으로 여겨졌던 기기 작동 방식이 오히려 마세라티 모델을 더 제대로 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게 됩니다. 결국 마세라티 매력에 중독돼서 소비자에서 고객이 됩니다"
강경필 FMK 마세라티 분당지점장은 스스로 마세라티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자신의 중독 증상을 고객들에게 '전염'시키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중독 증세는 20여년 전에 시작됐다. "대학 자동차과를 나와 영남대 자작대회 시작할 때 직접 차를 제작하다 레이서가 되고 싶었죠. 1999년에 카맨파크 레이싱팀에서 레이서로 뛰어들다 좋아하는 차와 관련된 일로 먹고 살기 위해 자동차 영업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엔 레이싱 유산을 지닌 페라리·마세라티에서 딜러로 일하고 싶었지만 딜러 경력이 없어 BMW 딜러로 시작했죠. 페라리·마세라티와의 인연은 2003년도에 시작됐습니다"
그는 2007년 페라리·마세라티를 수입 판매하는 FMK가 설립되자 같은 해 9월에 합류했다. 지금은 마세라티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딜러다. 국내 페라리·마세라티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인 셈이다.
마세라티를 판매하면서 중독 증세는 심해졌다. 레이서 출신인 그와 레이싱 유전자를 지닌 마세라티는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중독 증세를 소비자들에게 전염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차종을 타다 마세라티를 보러 온 소비자들은 마세라티 차종은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기기 작동법이 불편하고 편의성도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들과 같이 시승할 때 레이서 경험을 살려 짜릿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모든 소비자가 그가 알려주는 드라이빙 스킬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절반 정도는 만족했다. 주입식이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달리는 재미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불편하게 여기는 사항이 사실은 달리는 맛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내용도 알려준다.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편의사양이 벤츠나 BMW보다 부족한데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화려하고 편리한 디지털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실내·트렁크 공간이 좁다고 문제 삼기도 합니다. 이들 소비자에게 마세라티는 겉만 화려한 기능보다는 차의 기본인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추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HUD는 돈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마세라티는 HUD보다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채택하고 강력한 엔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넉넉한 엔진 공간과 안정감을 위해 실내 공간을 훼손합니다. 마세라티는 옵션이 아니라 고객이 운전을 안전하고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는 기능과 장치에 더 많이 투자합니다"
그의 말과 행동에 설득당한 소비자는 '불편'을 '불평'으로 여기지도 '불만'을 갖지도 않는다. 사실 짧은 식사 시간을 위해 먼 길을 떠나게 하고 도착한 뒤에도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좁은 자리에서 먹는 불편까지 감수하게 만들지만 그 이상 되는 만족감을 선사하는 시골 맛집, 가구를 직접 나르고 조립해야 하는 불편을 재미로 승화시킨 이케아 가구처럼 레이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을 계승하는 마세라티도 '불편을 파는' 불편 마케팅의 대가다.
강 지점장은 불편 마케팅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 불편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레이서 경력도 그의 말을 신뢰하게 만들었다. 그는 99년 국내 투어링대회에서 4~8전을 연속 우승했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드라이브 강사로도 일했다. 이 때 경력과 지식을 살려 소비자와 함께 시승할 때 코너링, 성능, 기어변속 타이밍, 배기 사운드 등 마세라티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면서 신뢰도를 높인다. 소비자가 마세라티 차량을 구매한 뒤에는 개인적인 드라이빙 교육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고객을 대상으로 소규모 드라이빙 스쿨을 개최했다.
그는 소비자가 마세라티에 중독되도록 공을 들인다. 처음부터 짜릿한 퍼포먼스를 한번 경험했다고 중독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럭셔리 스포츠 세단인 콰트로포르테나 럭셔리 스포츠 SUV인 르반떼는 짧은 시승을 통해서는 그 진가를 알 수 없습니다. 처음 소비자와 만났을 때 제 스킬을 다 보여주고 이렇게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계속 만나 마세라티의 짜릿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다만 모든 소비자가 달리는 맛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편안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드라이빙 스킬을 강조하지 않고 부드러운 세팅으로 주행한 뒤 점차 재미있는 스포츠 세팅을 경험시켜줍니다. 마세라티 차량은 '지킬과 하이드'처럼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강함 못지않게 부드러움도 발휘하기 때문이죠. 요즘 출시되는 마세라티 차량은 편의사양도 다양하게 갖췄습니다"
그와 두세 번 만난 소비자는 마세라티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이는 판매실적으로 이어졌다. 그는 마세라티 딜러 중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지닌 '판매왕'이다. 마세라티가 1년에 20대 정도 팔릴 때는 1등을 독차지했다. 혼자서 1년에 15대~17대 정도 팔았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계약대수 43대, 출고대수 38대로 2위를 기록했지만 12월초까지는 1위였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에는 분당 전시장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분당 전시장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분당 전시장은 서울 강남처럼 목 좋은 곳에 있지는 않습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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