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남녀 성차별이 여전한 가운데 과학계 연구비 지원 과정에서도 여성연구자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라발대 의과대학 홀리 위테만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란셋 2월 9일자에 여성들이 연구책임을 맡는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여성들의 연구비 신청 성공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캐나다 보건 연구소의 연구비 지원 체계가 변경되며 연구책임자들의 경력과 평판을 중시하기 시작한 점을 주목했다. 새로 추가된 '재단 지원 프로그램'에서 연구자들의 리더십이나 과거 성과 등 사람에 대한 평가 항목의 비중이 75%를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계획 완성도 등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서 주로 평가했던 기존의 경향은 연구자의 전문성과 경험에 대해선 25%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과학실험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해 실험의 효과를 살펴보는 것처럼, 연구진은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 결과를 비교해 이전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캐나다 보건 연구소에서 운영된 연구자 주도의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 자료를 분석했다. 70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신청했고 신청 건수는 2만 3000여 건에 달했다. 연구진은 신청 정보 중 성별, 나이, 연구 영역 등을 추출해 프로그램 신청 성공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에서 나이와 연구 영역이 미치는 영향을 통제했을 때 남성 연구자들의 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 성공률은 12.9%, 여성 연구자들은 12.1%로 나타났다. 성공률 차이는 0.8%p로 2014년 이전의 남녀 간의 성공률 차이 0.9%p에 비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연구책임자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이뤄진 재단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성공률 차이의 남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남성 연구자들의 성공률은 12.7%였지만 여성 연구자들의 성공률은 8.8%에 불과했다. 연구자들의 자질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을 경우 여성 연구자들은 열 명 중 한 명도 연구비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이런 남녀 격차는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한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 지원 과정의 '유리 천장' 문제를 지적했다. 신 의원은 "남성이 연구책임자인 과제가 받는 평균 지원액이 1억 6600만원으로 여성이 연구책임자일 때보다 거의 세 배 가까이 격차가 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신용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연구과제 규모에 따른 연구책임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00만원 미만 소형 연구과제 3만 6000여개 중 여성이 연구책임자인 과제의 비율은 34.4%다. 이에 비해 10억 이상의 대형 연구과제 1620개 중 여성이 연구책임자인 과제는 단 90개(5.6%)에 불과했다. 성별 격차는 해가 갈수록 심화됐다는 것이 신 의원의 설명이다. 5000만원 미만 소형 연구과제는 여성 연구책임자의 비율이 2013년 32.7%에서 2017년 40%로 7.3%p 증가한 반면, 10억원 이상 대형 연구과제는 2013년 5.9%에서 2017년 3.2%로 2.7%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현 의원은 연구 과제를 수주할 때 네트워킹(관계 맺기)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근무시간 외에 사적인 자리에서도 자주 만나며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남성 연구자들이 여성 연구자들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신 의원은 "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근무시간 이후 네트워킹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여성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원호섭 기자 /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